[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시대'가 시작되면서 정몽구 명예회장이 20년 만에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에 따라 유일하게 대표이사 직을 유지해왔던 현대모비스 경영에서도 물러난다.
14일 현대모비스는 정몽구·정의선·박정국 대표이사 체제에서 정의선·박정국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날 정의선 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서도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정 명예회장이 자동차 전문경영인의 길을 시작한 곳이다. 이 때문에 정 명예회장도 평소 현대모비스에 대한 애착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을 마지막까지 유지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 명예회장은 1974년 현대차서비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면서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했고 1977년부터는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 사장을 겸임했다. 43년 동안 현대모비스에 몸을 담아 두고 있었던 셈이다.
또한 1987년에는 현대정공 회장에 취임했다. 정 명예회장이 회장 직함을 단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현대정공 사업목적에 '자동차제조판매업'을 추가해 갤로퍼·싼타모 등의 완성차를 생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그룹 전문 경영인의 자질을 쌓았다는 평가다. 현대차서비스에서의 경험은 품질경영의 자양분이 됐다.
정 명예회장 스스로도 현대차서비스와 현대정공에서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이 2000년대 품질경영을 앞세워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성장시킬 때 현대정공 출신 인사를 중용하기도 했다.
현대정공은 현대차그룹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자동차제조부문을 현대차에 넘긴 뒤 현대모비스로 이름을 바꾸고 자동차 부품기업의 길을 걸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하는 자동차 부품기업 글로벌 순위에서 8년 연속 '톱10'에 포함되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룹 지배구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지배구조에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핵심고리를 형서한다. 오너일가의 현대차그룹 지배에 있어서도 현대모비스 지분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0년 9월 설립할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를 비롯해 10개 계열사에 자산 34조400억원에 불과한 규모였다. 20년이 지난 현재는 54개 계열사에 234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세계 5위 완성차 제조사로 올라섰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초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의 권위에 빛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로 선정됐다. 1939년 설립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과 모빌리티 발전에 중대한 역할과 기여를 한 인물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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