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을 10조3천억 원 규모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됐다. D램에 비해 다소 약했던 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인수는 낸드를 키우려는 SK하이닉스와 메모리보다 CPU 등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겠다는 인텔의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20일 인텔의 메모리 사업을 전담하는 NSG 사업 부문에서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 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팹 등이며, 인수 총액은 90억 달러(약 10조3천억 원) 규모다.
거래는 2025년 3월 15일에 종료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말 8조192억 원을 우선 지급하고, 잔액인 2조2천912억 원을 2025년 3월에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인수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낸드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 매출에서 D램은 약 70%의 비중을 차지한 데 비해 낸드는 24%에 불과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D램에 이어 낸드 부문에서도 업계 2위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11.7%로 삼성전자(31.4%), 키옥시아(17.2%), 웨스턴디지털(15.5%)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마이크론과 인텔이 각각 11.5%다.
낸드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인 만큼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 기반인 SSD 역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SSD 시장 성장률을 올해 26.5%, 내년 13.2%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는 "낸드플래시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서로의 강점을 살려 SK하이닉스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 입장에서는 10조 원이 넘는 돈을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낸드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 기업형 SSD(eSSD)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어정쩡한 4~5위에서 확실한 2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옵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산업의 안정화가 전개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낸드 플래시 사업의 단기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봤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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