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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재용, 오늘부터 또 재판…'사법리스크' 장기화 곳곳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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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 시작…연이은 재판에 '잃어버린 10년'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경영권 승계'를 고리로 연결된 두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의 날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을 향한 검찰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공은 재판부로 넘어가게 됐다. 이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은 오너 공백에 따른 투자 차질 등으로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또 다시 빠질 위험에 놓였다.

22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를 묻는 재판이 이날부터 시작된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9개월만으로, 재계에선 관련 재판이 마무리 되기 까지 최소 3년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중법정에서 열리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조율하기 위해 열리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에 이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이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또 재판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정 인원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510호 소법정에 중계법정도 함께 운영키로 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이번 재판에선 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 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옛 미래전략실 소속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이영호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재판에 넘겼다.

이번 재판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여부 ▲삼성바이오 4조5천억 원대 분식회계 의혹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에 대한 이 부회장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그룹이 '프로젝트 G'라는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미래전략실 주도로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주식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부당거래·시세조종 등의 행위를 벌였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 등 삼성 측은 정상적인 경영 행위를 검찰이 처음부터 삼성과 이 부회장의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표적 수사를 진행했다고 맞서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26일 수사심의위원회가 '10대 3'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검찰이 지난달 1일 기소를 강행한 것을 두고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으로,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구속 전 피의자심문과 각종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9년 8월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 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공판 [사진=조성우 기자]
지난 2019년 8월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 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공판 [사진=조성우 기자]

법조계 등에선 이날을 시작으로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재판의 공판준비기일이 앞으로 3~5회 가량 더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또 재판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오는 26일 시작되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과 함께 어느 하나가 결론나기 전까지 두 개의 재판에 계속 얽매이게 됐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담당 재판장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기피신청을 해 9개월 간 중단됐으나, 최근 고법과 대법원이 연이어 검찰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재개됐다. 이 자리에선 대법원에서 인정한 이 부회장의 뇌물죄에 대한 양형이 결정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 신분으로 지난 2017년 2월 구속기소됐으며, 그 해 8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또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353일간 수감 생활 끝에 석방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50억 원의 뇌물·횡령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려 삼성 측을 애태웠다. 이후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내기 위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그 권고에 따라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일각에선 내년 초로 예정된 법원의 정기인사에서 현 재판부가 교체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내 재판이 마무리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현 재판부가 유임될 것이란 관측도 있어 결론이 언제 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 관계자는 "법원에선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 등에게 뇌물을 준 이유를 두고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판단했다"며 "수 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피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합병 작업이 5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재판과 5년 만에 새로 시작하는 재판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두 개의 재판을 마주하고 있는 삼성 측 분위기는 상당히 암울한 상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TSMC 등 경쟁사들의 공세로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할 상황에서 또 다시 재판에만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80차례 열렸고, 이 중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총 70여 차례에 달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한 수사에서도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주요 경영진의 소환이나 재판일정을 전후해 결재가 줄줄이 밀리며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삼성은 지난 2016년 11월 M&A 사상 역대 최대인 약 9조 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형 M&A도 뚝 끊겨 성장 동력을 잃었다. 오너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삼성전기로부터 반도체패키징(PLP) 사업을 양도받았으나, 이는 계열사간 사업 조정일 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이어갈 수 있어도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선 오너가 없인 결정하기 힘든 일"이라며 "연이은 사법리스크로 삼성 입장에선 성장 동력을 잃을까 초조해 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재계에선 삼성이 또 다시 사법리스크로 최소 3년간 긴 법정 다툼에 시간을 허비하게 돼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 삼성의 연이은 재판이 국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이어갈 수 있지만,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전략적 결정과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은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삼성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이은 재판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기회 상실로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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