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 재계를 이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이는 지난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만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건희 회장께서 2020년 10월 25일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린다"며 "장례는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고, 조화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말했다.
고(故) 이 회장은 지난 1942년 1월9일 경상남도 의령에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삼남으로 태어났다. 1965년 와세다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1966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수료했다.
1966년 동양방송의 이사로 사회에 본격 발을 내딛었으며 78년 삼성물산 부회장을 맡았고 이듬해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아버지인 고 이병철 창업주가 별세한 1987년 삼성그룹 회장으로 올라섰다.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캠핀스키 호텔에서 200여명의 삼성 임원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라"는 메시지의 '삼성 신경영'을 선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고인의 스포츠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1982년 대한레슬링협회장을 시작으로 스포츠와 연을 맺은 이 회장은 1993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회장에 취임한 뒤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올랐다.
고 이 회장은 지난 1999년 폐 부분의 림프암 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인 폐수종 등 호흡기 관련 질환을 앓아왔다. 지난 2013년 8월에는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해 약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이에 그는 매년 겨울이면 호흡기 건강을 염려해 하와이 등 따뜻한 곳에서 휴양해왔다. 2014년에도 석달여간 휴양하다 그 해 4월 17일 귀국해 그룹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이후 경영일선에 복귀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당시 저녁식사 후 체한 듯 가슴이 답답한 통증을 느껴 소화제를 복용했다. 하지만 1~2시간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병명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 회장은 곧 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장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스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이 회장은 심폐기능을 되찾았지만 좀처럼 의식을 찾지 못했다. 내내 중환자실에 있던 이 회장은 입원 9일만에 병원 20층 VIP 병실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까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다가 세상과 등졌다.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격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이 부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4년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는 등 이 부회장의 그간 경영 철학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직함에 연연하진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코로나19 등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 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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