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억눌린 수요가 폭발한 영향으로 3분기 동안 역대 분기 매출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3분기 매출이 67조 원에 육박하며 분기 실적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펜트업(Pent Up·억눌린)' 효과에 따라 모바일과 TV·가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컸다. 또 반도체 가격 하락과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일각에서 반도체 부문의 타격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단기적인 수요 급증으로 돌아와 반도체 부문까지 매출 상승에 힘을 보탰다.
또 영업이익도 2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삼성전자의 저력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66조9천642억 원, 영업이익이 58.8% 늘어난 12조3천533억 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은 종전 분기 최고치인 지난 2017년 65조9천800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7분기 만에 10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4분기 10조8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지난 2분기까지 영업이익 10조 원대를 탈환한 적이 없다. 그 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7조5천700억 원까지 치솟았다.
부문별 영업이익은 모바일(IM)이 4조4천500억원, TV·가전(CE)이 1조5천600억 원, 반도체가 5조5천400억 원, 디스플레이가 4천700억 원을 기록했다. 세트와 부품 모두 고르게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끄는 반도체 부문은 3분기 매출 18조8천억 원, 영업이익 5조5천4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1.6% 대폭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조 원대인 시장 예상치와 부합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슈퍼 호황'이 이어지던 2018년 4분기에 7조7천7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파운드리 사업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 서버 수요는 다소 약세였으나, 모바일과 PC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신규 게임 콘솔 SSD 판매를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시스템LSI 사업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CMOS 이미지센서(CIS) 등 모바일 부품 수요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또 파운드리 사업은 모바일 수요 회복과 고성능 컴퓨터(HPC)용 수요 증가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에도 불구하고 모바일과 PC 등의 견조한 수요 속에 기존 가이던스 대비 출하량이 증가하고 지속적인 원가 개선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며 "4분기에는 메모리 첨단공정 전환 확대와 모바일·노트북 수요 견조세에도 고객사 재고 조정에 따른 서버 가격 약세와 신규라인 초기 비용 등으로 수익성 감소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스마트폰 신제품 흥행에 힘입어 3년 만에 4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IM 부문은 매출 30조4천900억 원, 영업이익 4조4천5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6.1% 늘었고, 영업이익은 52.7%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IM 부문의 영업이익이 4조 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7년 2분기(4조600억 원)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 같은 실적은 3분기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양 효과 등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무선 사업은 갤럭시노트20, 갤럭시Z폴드2 등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50%가량 늘었다.
매출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와 더불어 비용 효율 제고 노력과 효율적인 마케팅비 집행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 판매가 증가한 것도 이익 확대에 기여했다.
또 네트워크 사업에서는 미국 버라이즌과 대규모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5G 사업 성장 기반을 강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M 부문의 무선은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약 50% 급증함에 따라 규모의 경제 효과가 확대되고, 비용 효율 제고로 수익성이 개선돼 전 분기 대비 실적이 대폭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소비자 가전(CE) 부문은 각국의 경기 부양 효과, 주요 국가 중심으로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 효과 등으로 TV와 생활가전 시장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CE 부문의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14조900억 원, 영업이익이 198% 오른 1조5천6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기준으로는 매출이 38.5%, 영업이익이 113.7% 늘었다. 이는 2016년 2분기(1조 원)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SCM 역량을 바탕으로 수요 증가에 적절하게 맞춰 대응했기 때문이다. TV는 증가한 TV 교체 수요에 적극 대응했으며, 최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QLED, 초대형TV 등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을 펼친 덕분에 판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활 가전은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 그랑데AI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생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건조기, 에어드레서 등의 판매도 증가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사업에선 애플의 '아이폰12' 출시가 4분기로 미뤄지면서 고전했다. 매년 9월 '아이폰' 새 모델을 내놨던 애플이 '코로나19' 여파로 출시를 늦추면서 스마트폰 패널 등의 납품이 모두 4분기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든 7조3천200억 원, 영업이익이 59.8% 급감한 4천700억 원에 머물렀다. 전분기 기준으로 매출은 8.9%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56.7% 늘었다. 영업이익에는 일회성 수익(보상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3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은 스마트폰∙TV∙모니터용 패널 판매가 증가하며 전분기 대비 실적은 개선됐다. 또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스마트폰 수요가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에 따라 OLED 패널 판매가 확대됐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초대형 TV, 고성능 모니터 패널 판매 증가와 평균 판매가격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가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12' 출시 지연이 발목을 잡았다. 3분기에 발생하는 매출의 대부분은 중소형 스마트폰 OLED인데, '아이폰12'가 이달 30일에 출시되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이달 말 '아이폰12' 출시로 인해 3분기에 반영될 실적들이 모두 4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빠르게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에는 세트 제품 수요가 예상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글로벌 SCM(공급망관리)을 활용한 적기 대응으로 판매량이 크게 확대됐다"며 "부품 사업 수요가 모바일 중심으로 회복돼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 환영향과 관련해선 원화 대비 달러화 약세·유로화 강세로 세트 사업에 일부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면서도 "부품 사업의 부정적 영향이 이를 상쇄하며 전체 영업이익에 대한 환영향은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삼성전자는 3분기와 달리 4분기에는 서버 메모리 수요 약세 지속과 세트 사업 경쟁 심화 등으로 전체 수익성이 하락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는 첨단공정 전환 확대와 모바일·노트북 수요 견조세에도 불구하고, 고객사 재고 조정에 따른 서버 가격 약세와 신규라인 초기 비용 등으로 수익성 감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시스템LSI 5나노 SoC(System on Chip) 공급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파운드리 고객들의 HPC용 칩과 모바일 SoC 주문 확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소형 패널은 3분기 대비 판매가 큰 폭으로 확대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대형 패널은 계획대로 QD 디스플레이 준비를 지속하면서 LCD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할 예정이다.
IM 부문의 무선은 스마트폰 매출 하락과 경쟁이 심화되는 분기를 맞이해 마케팅비가 증가하며 수익성 하락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CE 부문은 연말 성수기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쟁 심화와 원가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에는 글로벌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등 불확실성은 상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선 4분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과 화웨이 반도체 판매 감소, 3분기 세트부문 출하량 급증에 따른 조정 과정 등으로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감소한 62조 원대, 영업이익은 10조5천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9월15일 이후 본격화되면서 삼성의 5대 매출처 가운데 한 곳인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된데다 4분기까지 서버용 D램 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다소 둔화될 것"이라며 "4분기에는 애플 등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로 모바일 등 세트 제품의 마케팅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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