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애플과 인텔이 15년간 이어온 '동맹 관계'를 정리하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PC 칩을 사용함에 따라 일부 물량 생산이 삼성전자에 맡겨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동맹을 끝낸 인텔의 위탁생산 향방도 주요 관심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시스템온칩(SoC) 'M1'을 탑재한 새 노트북과 데스크톱 PC를 발표했다. 애플이 새롭게 사용하는 칩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PC용 반도체 칩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맥, 맥북 등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인텔 반도체를 써왔는데, 15년 만에 양사의 인연이 끝나게 된 셈이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개최한 '애플 세계개발자대회 2020'에서 "앞으로 2년간 인텔 칩에서 자체 칩으로 모두 전환하겠다"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애플의 이번 결정으로 인텔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PC 시장에서 애플은 7.7% 점유율로 레노버, HP, 델에 이어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반도체 자체 생산이 없기 때문에 주로 TSMC에 위탁 생산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M1 생산을 TSMC에 맡길 가능성이 높은데, 일부 물량이 삼성전자에 넘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플 M1 칩은 5나노 공정 기술로 만들어지는데, 현재 5나노 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TSMC는 5나노 공정이 적용된 아이폰12의 칩을 생산 중이기 때문에, TSMC가 캐파(생산능력)가 부족할 경우 삼성전자에 일부 물량을 위탁할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M1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TSMC 캐파는 전체 TSMC 생산 규모의 약 25% 수준"이라며 "다른 캐파 대부분은 아이폰12에 탑재되는 A14 프로세서를 생산 중이라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주문의 대부분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옮겨질 것"이라며 "내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액은 올해보다 50%가량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 역시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부사장이 최근 삼성전자의 세이프(삼성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SAFE) 포럼에 참여하면서 양사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인텔은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칩 제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부 위탁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과의 동맹관계를 이어온 만큼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편히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텔이 경쟁사인 AMD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TSMC에 위탁을 맡기는 것도 고민 요소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TSMC는 애플과 AMD 등의 주문 물량으로 캐파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인텔 수석부사장이 삼성 SAFE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서면서 인텔이 생산 일부를 삼성 파운드리에 맡길 것이라는 소문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면서 "인텔은 차세대 칩 생산을 TSMC나 삼성전자, 혹은 양사 모두에게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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