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통계청이 주관하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사생활 침해' 논란이 뜨겁다.
조사가 시작된 뒤 항목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조사서 견본을 확인해보니 출산 자녀 수를 묻는다. 아직 자녀가 없다면 자녀 출산 시기뿐 아니라 추가 자녀계획까지 답을 해야한다.
'혼인 상태'에 대해 '미혼·배우자 있음·사별·이혼' 중 하나로 답하도록 하는 항목이 있다. 다음 질문에서 결혼생활 시작 시기를 기입하라고 하면서 "재혼의 경우에는 초혼 시기를 기입"하라고도 나온다.
학력은 고졸인지 대졸인지에 이어 전공까지 묻는다. 회사를 다니면 회사명, 부서, 하는 일, 연봉에 출퇴근 방법까지 적어야 하고 아파트는 몇층 기준에 몇층 쯤 사는지 등등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곳곳에선 '인구주택총조사가 이런 것까지 대답해줘야 하나?'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생활 침해 소지로 벌거벗은 느낌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사생활 관련 질문들을 하는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일단 '모두 용도가 있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은 홈페이지에 이번 조사의 각 질문별 활용처와 목적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우선 혼인 상태와 혼인 시기를 묻는 이유에 대해 "인구 규모의 변동, 가구의 형성과 해체를 파악하고 예측하며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한다"고 해명했다.
또 근무지에 대한 '세세한' 질문을 하는 이유에 대해 "노동의 질을 측정해 자영업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의 노동 및 사회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학력에 대해서는 "교육수준을 성별, 연령별로 파악함으로써 우리나라 인구의 질적 수준 및 특성을 분석"한다며 "교육수급대책, 교육시설 확충 및 교원양성 계획 등에도 활용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 가구에서는 주로 어떤 물을 마십니까'라는 질문 역시 국민 안전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포함됐다고 한다. '이 가구에서 현재 반려(애완) 동물을 키우고 있습니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 및 복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조사를 요청한 문항이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의 '사생활 침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한 시민이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사생활 보호와 개인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며 정부가 사적 정보를 강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 침해의 범위를 어디까지 조사 문항에 용인할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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