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전국 건설현장이 건설노조의 이권 다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집회·시위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된 이후 건설산업 노조들이 수시로 주민을 볼모로 주택가와 학교 인근에서 대형 확성기를 이용한 집회시위에 나서면서다.
노조들은 오히려 주민의 민원을 이용해 시공사 측을 압박, 노조원 채용과 일감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과 지자체는 이를 알면서도 저지할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애꿎은 주민들의 피해만 속출하고 있다.
24일 경찰청과 국회 국토교통위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등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의 불법·부당행위가 국내 건설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조합원을 고용하도록 현장에서 집회시위를 열고 시공사를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양대노총 소속 건설노조뿐 아니라 전국민주연합 소속 건설노조와 전국건설인노조 등 다수 노조들도 집회시위를 일삼으며 세 확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민주연합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은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며 노조원 고용을 강요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집회가 증가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집회시위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데 있다.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집회·시위를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용할 것을 명령했다.
이로 인해 집회시위는 학교와 거주시설 인근에서 진행되더라도 특정 소음기준치(일출 후 65dB 이상)만 넘기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이 강조되면서 경찰의 소극적인 행정도 영향을 끼쳤다.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집회·시위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총 7천848건에 달한다. 이는 4년 전보다 다섯 배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한해 기준으로는 총 1만2천553건으로 2016년(2천598건)과 비교해 4.8배 증가했다.
결국 건설현장은 건설노조들의 이권다툼을 위한 집회로 전락, 인근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 시흥 장현지구가 대표적이다. 국민연합 전국건설인노동조합은 시흥 장현동 A아파트 인근에서 매일 새벽마다 노동가요를 재생하고 있다.
집회현장이 아파트 단지로부터 5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인근에 학교도 위치해있다보니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이들이 합법적인 집회라고 하지만, 실상은 대형스피커만 의도적으로 아파트를 향해 돌려놓고 있을 뿐"이라며 "공론화하면 노조에 이용만 당할 것 같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지자체는 건설노조의 이같은 집회시위에도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집회 확성기 소음을 측정할 때는 10분간 측정한 소음도를 기준으로 한다. 노조는 경찰이 현장에 나타나면 소음을 줄이는 등의 '꼼수'를 부리면서 적발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시흥경찰서 한 관계자는 "집시법이 신고제로 바뀐 상황에서 건설노조는 합법적으로 집회 시위를 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수시로 소음을 측정하고 있지만, 기준치 65dB에 못 미치는 64.5dB로 나타나 물리적으로 저지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위를 주도한 노조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시공사가 불법 체류자 외국인을 채용하고 있는 만큼 지역 근로자에게 일감을 더 달라는 것"이라며 "경찰에 집회신고를 마친 만큼 합법적인 집회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