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그룹의 지주사인 ㈜LG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팀장인 이방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2021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LG그룹 인사는 '안정 속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 분리와 LG에너지솔루션 출범 등에 따라 인사 폭은 당초 예상보다 큰 편이다.
LG그룹은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이사회를 진행한 곳은 ㈜LG와 LG화학, LG전자,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다. 앞서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는 전날 이사회를 진행한 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LG그룹의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분리에 따른 조직 변화다. ㈜LG 이사회는 이번에 구 고문이 LG상사, 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를 공식화 할 예정으로, 이에 따라 구 고문의 측근으로 불리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자리를 옮긴다. LG그룹 입사 후 36년 만의 퇴임이다. 일각에선 하 부회장이 LG상사나 LG하우시스 등으로 이동해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 부회장의 빈자리는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대신하게 됐다. 이번에 LG유플러스 CEO로 선임된 황 사장은 내년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황 사장은 LG유플러스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로는 첫 CEO 취임 사례이며 20여 년의 풍부한 통신 사업 경험과 온화한 리더십으로 그룹 안팎의 신임이 두텁다. 황 사장은 1999년 LG텔레콤에 입사해 강남사업부장, 영업전략담당 등을 역임하며 B2C 영업 및 영업 전략을 두루 경험했다.
이후 LG 통신서비스팀을 거쳐 2014년에 다시 LG유플러스에 합류했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LG그룹에서는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부터는 모바일과 인터넷(IP)TV, 인터넷 등 스마트 홈을 통합한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을 맡아 LG유플러스의 유무선 사업을 탁월하게 리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하 부회장 외에 구 고문의 측근들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인사 폭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고문과 함께 계열 분리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설계회사인 실리콘웍스도 손보익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손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로 2017년부터 실리콘웍스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디지털 반도체 사업 진입을 꾸준히 추진해 두 배에 가까운 사업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LG가 33.0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선 이날 장이 마감된 후 오후 3시 반쯤 LG그룹이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 공식화와 함께 이후 방향성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분리가 되기 전까진 언급되고 있는 계열사들의 인사 일정은 LG그룹 일정에 맞춰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LG에선 이방수 CSR 팀장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58년생인 이 사장은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금성사에 입사, LG디스플레이 경영지원센터장을 거쳐 ㈜LG CSR팀장(부사장)으로 일해왔다.
이 사장은 그 동안 CSR을 총괄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해왔으며, 앞으로 LG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 외에 정현옥 전무(경영혁신팀장)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날 오후 4시께 발표 될 것으로 보이는 LG전자 정기 임원인사는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가장 관심사다. 이 외에 각 사업부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를 맡고 있는 수장들의 승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도 그룹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물적 분할로 신설되는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이사로는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겸임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물적 분할에 따른 LG화학의 인력 배치 계획은 각 부서별로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황으로, 해당 인력들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부회장단은 이번에 유임됐다. 각 계열사별로 실적이 좋았던 데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의 경우 럭셔리뷰티사업부장으로서 '후'의 글로벌 성공을 이끈 이형석 전무가 부사장에 올랐다. 글로벌 인적자원 관리와 인재 개발을 담당한 장기룡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고, 새롭게 선임된 임원 5명 중 2명은 여성이다. 이번 인사로 LG생활건강의 여성 임원은 11명으로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가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지 올해 3년 차로, 이번 인사에서 본인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많이 고심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인사도 구 회장이 두 번이나 반려한 끝에 가까스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사에선 구 회장이 계열분리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이전보다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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