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에 따르면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핀테크 등의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해 마련된 법으로 지난 10월에는 여당의 '미래전환 K-뉴딜 10대 입법과제'에도 포함될 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법안이다.
핀테크와 빅테크(금융산업에 진출하는 대형 ICT회사) 육성과 함께 금융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이용자 보호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개정안에 신설된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이다. 현재 금융결제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해 법제화한 내용이다.
지급이랑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돈을 주는 것을 말하고, 결제란 지급 이후 소비자의 예금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입금되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청산이 필요한데, 청산은 주고 받아야 할 돈을 맞춰서 계산하는 행위를 말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가 청산기관의 허가·취소 및 감독 권한을 갖게 된다.
이는 현재 한은이 관리하고 있는 금결원에 대한 감독·검사 권한을 금융위가 가져가게 되는 셈이어서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빚어졌다.
한은은 지급결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금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의 고유업무이며 대부분 국가에서도 중앙은행이 지급결제 시스템을 운영·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고유업무인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관리가 금융위의 감독대상이 되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이 무력화된다"며 "한은이 수행하고 있는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업무와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위는 급성장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의 송금·결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금법 개정안에는 기존 금융사 외에도 빅테크의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청산기관을 통한 청산을 의무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네이버페이' 포인트의 선불 충전이나 '카카오페이 머니'를 통한 간편송금도 외부 청산을 통해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중심으로만 이뤄지던 지급결제 시스템에 핀테크·빅테크가 들어와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데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이나 이용자 보호의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마련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내부 사용자 간의 거래에 대해 실시간으로 외부 청산기관을 통해 청산을 하면, 업체가 파산을 하거나 불법을 저질렀을 때에도 이용자 자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7일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한은의 입장을 받아들여 일부가 수정됐다.
'금융결제원의 업무 중 한국은행이 결제기관으로서 청산대상업자의 결제불이행 위험을 감축하는 장치를 마련한 업무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의 감독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칙이 추가된 것이다.
윤관석 정무위원장실 관계자는 "금결원의 지급결제 업무 전체에 대해 제외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함께 협력해 지급결제제도를 안정적·효율적으로 관리하여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개정안 발의 이후에도 두 기관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금결원의 지급결제 업무에 대해서는 한은의 관리 권한을 인정했지만, 그 외의 금결원 업무는 금융위의 감독 하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실질적으로 한은이 관리하던 금결원의 통제권을 뺏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은은 금결원의 사원총회 의장으로서 결제원이 수행하는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권한을 행사해왔으나, 금융위가 금결원의 다른 업무에 대해 감시·감독을 하게 되면 한은 권한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또한 제외되는 업무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지급결제 의외의 업무에 대한 금융위의 감시·감독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으로 미뤄둔 부분이어서 해석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의 청산기관에 대한 업무허가 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등의 제재는 부칙 조항에서 면제되지 않았다"며 "한은이 그동안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금결원에 대해 금융위가 새로운 강력한 규제를 신설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빅테크의 내부거래까지 청산기관을 통해 수행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전자금융 혁신이라는 취지를 벗어난 과잉규제라는 입장이다. 또한 금융기관간 자금이체가 필요없는 빅테크 내부거래까지도 금융결제원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처리되도록 함에 따라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관련 법이 없이 참가기관 협약으로 하고 있던 지급결제청산업을 이번에 법제화한 것인데 이것이 한은법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지 않는다"며 "만약 지급결제 시스템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현재도 민법상 사단법인의 주무관청으로써 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가 책임을 지게 돼 있는데 이에 대한 감독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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