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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코로나19 위기 돌파' 승부수…5년 만에 색깔내기 본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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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세대교체 추진…닻 올린 부부경영도 눈길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신세계그룹의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를 두고 '홀로서기'에 나선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색깔 내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지난 2015년 12월 '부'를 떼고 백화점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그가 5주년을 맞아 본격 '정유경 DNA' 심기에 나선 것으로 관측한다.

대중 앞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용진 부회장과 달리 정 총괄사장은 업계에서 '은둔형 경영자'로 불린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진 않지만 조용한 리더십으로 본인이 맡은 백화점, 면세점, 패션 사업 등을 확대하며 신세계 주력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의 임원인사는 코로나19 등으로 악화된 외부 환경에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유경 총괄사장.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 [신세계]

그의 경영 능력은 이미 검증받았다. 백화점 사업은 국내 백화점업계 침체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신규 사업자로 진출한 면세점도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애착을 갖고 키워온 화장품 사업도 승승장구하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비디비치, 연작 등 대형 브랜드 키우기에도 성공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 유통가의 위기가 고조된 만큼 세대교체를 통한 자신의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재배치함으로써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적극적인 인재육성을 함께 추진해 나겠다는 것.

실제 정 총괄사장은 임원 20%를 내보내고, 본부장급 임원 70%를 교체하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 및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새로 선임된 임원을 합해도 전체 임원 규모가 5% 줄었다. 본부장급 임원은 70% 이상 교체됐다.

인사의 큰 방향을 과감한 변화와 혁신, 미래 준비, 인재 육성으로 설정하고 조직 전반에 큰 변화를 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런 인사 기조를 앞으로 더 강화해 백화점 부문의 변화와 세대교체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 교체 폭은 크지 않았다. 대표가 바뀐 계열사는 두 곳이다. 신세계면세점을 맡은 신세계디에프 대표에는 유신열 신세계 영업본부장(부사장)이 발탁됐다. 그는 광주신세계와 신세계 강남점장, 신세계 전략본부장 및 영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백화점 영업을 총괄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한 유 대표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 사업의 구원 투수로 발탁했다는 해석이다. 대표와 함께 재무 담당 상무도 새롭게 영입하며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면세 사업의 재정비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부부경영'에도 본격 닻을 올렸다.

정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사업 추진 신설법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대표이사를 함께 맡게 됐다. 문 대표는 소프트뱅크 출신으로, 2004년 신세계에 입사한 후 신세계인터내셔날 전략사업본부장과 사업기획본부장,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등을 지냈다.

실력을 인정받은 문 대표는 신세계톰보이를 그대로 이끌며 신세계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자리까지 맡게 됐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실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신세계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로써 이마트 부문은 정 부회장이 1인 경영체제를 유지한 반면 신세계 부문은 정 총괄사장이 앞에서 이끌고, 문 대표가 든든하게 조력하는 '부부경영'을 본격화했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5년간 정 부회장의 그늘에 가려진 상황에서 '정유경 DNA'를 내야하는 게 고민거리였다. 이번 임원 인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물꼬를 튼 셈이라는 분석도 적지않다.

신세계 안팎에서는 이들 임원 승진과 관련해 정유경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한다.

재계에선 이명희 회장의 나이가 올해 77세로 후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세계의 완료되지 않은 후계 정리 작업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남매간 계열 분리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 총괄사장에 오른 뒤 본인 담당인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사업을 확대하며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특히 신세계 강남점의 성장세는 그가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점포 고급화'와 '지역 1번점'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그의 첫 '경영 시험 무대'라는 평가 속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강남점은 면세점과 특급호텔까지 갖춰 글로벌 관광 명소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백화점으로 대한민국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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