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2013년 'OLED TV'를 출시했다가 수율 문제로 사업을 접었던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로 다시 한 번 자발광 TV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자발광 TV 시장은 현재 OLED를 앞세운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상태로, 삼성전자의 가세에 따라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0일 마이크로 LED TV 신제품 공개 행사를 갖고 자발광 TV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등의 여건을 감안해 온라인에서 웨비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임원이 참석해 마이크로 LED TV 신제품에 대한 세부 정보를 설명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 자리에서 1억 원대 110인치 가정용 TV가 공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마이크로 LED TV 제품군 '더 월(The Wall)'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시된 제품은 75형·88형·93형·110형이었다. 기존에는 기업 간 거래(B2B)용으로 146형·219형·292형을 출시해 국내외서 판매해 왔다.
당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하반기 미국, 유럽, 호주 등 시장에 마이크로 LED TV가 먼저 출시될 것"이라며 "가정용 극장, 영화관을 가진 사람들이 마이크로 LED를 욕심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로 LED TV는 기존 제품의 15분의 1 수준으로 작아진 초소형 LED 소자가 촘촘하게 배열돼 더욱 더 세밀한 화질을 구현한다. 가로, 세로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LED 소자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으로, LED 칩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해 크기나 형태에 제약이 없다.
각각의 LED 칩이 하나의 픽셀 역할을 하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기존 LCD(액정표시장치)와 대비해 명암비, 응답속도, 색 재현율, 시야각, 밝기, 해상도, 수명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기 때문에 액정이 필요 없고 컬러 필름도 생략할 수 있다"며 "실리콘 기반 LED로, 발광 효율이나 휘도가 OLED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OLED의 대체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이크로 LED는 LED 소자를 일일이 기판에 옮겨 심어야 하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이에 삼성전자도 그 동안 B2B로 소량 주문·제작을 해 왔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마이크로 LED가 출하가가 너무 높은 탓에 전체 TV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Display Supply Chain Consultants)에 따르면 올해 마이크로 LED TV 매출은 5천만 달러(약 542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며, 오는 2026년에는 총 2억2천800만 달러(약 2천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간 TV 시장이 1천억 달러(약 108조3천900억 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6년 후인 2026년에도 마이크로 LED TV의 비중은 전체 TV 시장의 0.2%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민철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이 1억 원에 달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이크로 LED TV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율과 비용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경쟁사인 LG전자는 마이크로 LED TV의 시장성이 낮다고 보고 OLED TV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세계 시장에서의 LG전자 점유율은 출하량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0%p 늘어난 57.2%로, 세계 1위다.
올 4분기 OLED TV 판매량은 120만1천300대로, 이후 내년 1분기 104만1천500대, 2분기 118만7천800대, 3분기 129만1천600대로 지속적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어 내년 4분기는 197만9천 대로 2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세에 LG전자에 OLED 패널을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도 내년에 약 700만 대의 패널을 출하할 계획이다. 올해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또 LG전자도 지난 9월 첫 마이크로 LED인 '매그니트(MAGNIT)'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지만, B2B 사이니지(시각 구조물) 형태로만 판매하고 있다. 수 년간 공들여온 OLED TV가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가격 부담이 큰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를 굳이 서둘러 출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 관계자는 "TV 구조가 백라이트 형태에서 자발광으로 가는 것은 디스플레이 기술 진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이미 자발광 기술을 적용한 OLED TV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마이크로 LED 기술은 가정용보다 상업용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TV가 출시되면 향후 프리미엄 TV 시장이 같은 자발광 기술을 적용한 OLED와 마이크로 LED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OLED가 기술 성숙도는 물론, 판매 측면에서도 본격 성장세에 돌입한 만큼 당분간 자발광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마이크로 LED가 OLED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TV는 높은 출고가 탓에 기대보다 TV 시장 점유율이 오를 것 같지 않다"며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를 출시하려는 것은 기술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브랜드를 고급화 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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