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피해 시 자동차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관련 사고를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전동킥보드 공유업체들도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용 가능 연령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보장 공백에 일각에서는 의무보험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개정 도로교통법·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전동킥보드 등 원동기장치 자전거 중 전기자전거처럼 최고속도 시속 25㎞, 총 중량 30㎏ 미만인 이동수단을 새롭게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하고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했다.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 통행하고, 도로가 파손되는 등 부득이한 경우엔 보도 운행도 가능하다.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가 없더라도 전동킥보드 탑승이 가능하다. 헬맷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이전에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가 있고 만 16세 이상이어야만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었다.
이 개정안은 향후 4개월만 적용될 예정이다. 규제 완화로 비난이 쏟아지자 국회가 법안을 사실상 원위치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킥보드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무면허 청소년의 탑승까지 가능해지면 관련 사고가 더욱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으로 매년 2배씩 증가했다.
이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킥보드 이용가능 연령을 운전면허 소지가 가능한 만 16세 이상으로 상향하고 보호장비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규제를 사실상 원상복구 시킨 셈이다.
해당 개정안은 내년 4월께 시행될 예정이어서 공백 기간이 생겼다. 이에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등은 15개 전동킥보드 공유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용 가능 연령을 상향했다. 만 16세부터 17세까지는 면허가 있어야만 탑승할 수 있고, 만18세부터는 무면허라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 대책은 공유 킥보드에 한해 적용된다. 4개월여 간의 공백 기간 동안 만 13세 이상이면 무면허라도 전동킥보드를 구입해 운행할 수 있다.
전동킥보드 사고 급증에 당국과 보험사들은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보행자가 전동킥보드에 부딪혀 다치면 본인이나 가족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비를 보상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보험사가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을 개발 및 출시에 나섰다. DB손해보험은 전동킥보드 사고까지 보장하는 ‘참 좋은 오토바이 운전자 보험’을 출시했고, 현대해상도 ‘뉴하이카운전자상해보험’에 전동킥보드 운행 중 상해위험을 보장하는 특화 담보 6종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보험 모두 대인, 대물은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보험사기에 대한 모럴해저드 우려와 사고 관련 통계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사고가 발생해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일부 공유업체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돈으로 보상해야 한다. 향후 보상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전용 보험 상품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미성년자도 운행이 가능해졌기에 안전 대책을 더욱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모여 전동킥보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종합안전대책을 논의 중이다"라며 "안전관리 강화, 킥보드 업체 보험상품의 보장내용 범위 등을 구체화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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