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국내외 확산에 따라 각국에서 이동제한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재택근무가 확산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올 4~5월 대규모 확산 당시에는 전체 근로자의 약 절반 정도가 재택근무를 했고,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이후 IT부문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시행이 활성화됐다.
한은은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소비에서 온라인쇼핑이, 기업활동에서 원격회의가 늘어나는 것처럼 재택근무도 일시 조정은 있더라도 추세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기업 대상 조사에서 53%가 향후 재택근무 확산을 전망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많은 직원이 강제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경영진과 직원의 재택근무 인식이 크게 개선됐고, 이번 위기를 계기로 직원과 기업이 재택근무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미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이 기대했던 것보다 재택근무가 잘 작동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재택근무와 생산성 간의 관계는 일률적이지 않다. 업무의 성격, 기술적 뒷받침 정도,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재택근무는 생산성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재택근무 확대 초기에는 생산성이 향상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생산성이 저해되는, 재택근무량과 생산성 간의 역U자형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의 독립성이 강하고 즉각적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적으며 IT 업무망을 통해 업무수행이 용이한 관리⋅전문직일수록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 증대효과가 컸다.
또한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밋업(Meetup) 제도 등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편 재택근무에 따른 통근시간 절감, 유연한 업무 환경 등은 직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지만, 주거지와 근무지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실제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문제, 육아 등 가사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 등은 직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재택근무가 직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돌봄 서비스와 학교가 정상화되고 가정 내 근무⋅주거 공간이 잘 분리되는 등의 여건이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재택근무 확산은 직주근접(職住近接) 필요성을 줄여 직원들이 주거비가 보다 저렴한 지역으로의 이사하는 효과도 있지만, 직원들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주된 요인이 직주근접성이 아닌 만큼, 교외 이주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외 거주 직장인 대상으로 '서울에 살고 싶은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다양한 편의시설, 자녀 교육 등의 이유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은은 "앞으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업무범위를 점차 넓혀나가고 상시 재택근무보다는 재택과 기존 사무실, 원격 사무실 등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최적 재택근무 조합을 찾아나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실 근무시간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점차 자리잡아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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