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한국 기업이 지난 10년간 글로벌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하지 못하고,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이 주요국보다 낮게 집계되는 등 신사업 진출이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13일 발표한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부문의 GDP 성장 기여도는 2011년 3.6%에서 2019년 0.4%로 하락했다. 이는 기업 신진대사 부진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기업 신진대사의 상층부에 있는 '글로벌 100대 기업'을 살펴보면 2010~2020년 한국 기업 중 신규 진입한 기업은 없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이 8개, 중국 기업이 11개, 일본 기업이 5개 신규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부족하다. 글로벌 100대 기업은 포브스가 매출·자산·시총·순이익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올해 발표된 글로벌 100대 기업에는 한국에서 삼성전자 1곳만 이름을 올렸다. 미국(37개) 중국(18개), 일본(8개) 등 주요국들에 비해 적은 수치다.
한국과 미국의 '10대 기업 입출 현황(포춘 글로벌 500, 매출액 기준)’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10년간 미국은 10대 기업 중 7개가 바뀌는 동안, 한국은 단 3개만 교체(기아차, 현대모비스, KB금융그룹 진입)됐다. 교체된 기업의 업종을 분석해 보면, 미국은 에너지·제조업이 IT·헬스케어 등 신산업으로 대체된 데 반해, 한국은 신산업 분야 출현이 없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4차산업 혁명 물결이 가속화되고 있어 혁신강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신산업 구조전환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의 순환을 상징하는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도 글로벌 평균보다 낮았다. 대한상의가 '포브스 세계 부호 2020'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 중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은 한국이 57.1%(28명 중 16명)로 미국(70%), 중국(98%), 영국(87%), 일본(81%) 등 주요국보다 크게 낮았다. 글로벌 평균인 69.7%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대한상의는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아랫단인 창업 풍토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체 창업기업 가운데 기술에 기반한 '기회형 창업' 비중은 올해 상반기 14.4%에 그친 반면, 생계형 등 '비기회형 창업'이 85.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회형 창업기업 비중은 2016년 상반기 16.5%에서 올해 상반기 14.4%로 소폭 감소했다. 그동안 오르내림이 반복됐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4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회형 창업이 늘고 자수성가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경제·사회 전반의 '룰'이 속도감 있게 바뀌며 투자와 혁신이 촉진된다'며 "현행 법제도는 정해진 것만 가능해 없는 것을 창출해야 하는 신산업·스타트업들의 기회를 원천 제약하는 만큼 낡은 법제도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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