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금융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정부천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의 주요내용과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은 우리 경제 각 분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출범 직후 공정경제 3법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 2018년 20대 국회부터 입법화를 추진했다. 올해 21대 국회가 개원하자 공정경제 3법을 즉시 재추진해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공정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는 공정경제에 대한 요구가 고조되고 있고,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기업지배구조 구축’과 ‘기업집단의 건전성·투명성 강화’는 공정한 시장여건 조성의 출발점이자 핵심으로 봤다.
공정경제 3법은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감사위원 분리(상법),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의 건전성을 관리(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골자다.
상법 개정안은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일정 수 이상의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투기세력이 주식의 염가 매수를 위해 소송을 제기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등 악용할 소지에 대해서는 다중대표소송은 기존 대표소송의 원고적격을 모회사 주주 일부까지 확대하는 것이므로 승소 시 배상액이 자회사에 귀속되는 공익소송으로 남소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1인 이상)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하도록 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로 인해 투기성 외국계 펀드 등의 위협이 우려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정부는 "경영투명성이 높아지는 경우 오히려 해외 투기자본이 간섭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규율대상을 상장·비상장에 관계없이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및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하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사익편취 규율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공정한 경쟁기반을 훼손하고 부당하게 총수일가에 부를 귀속시키는 행위를 실효성 있게 감시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개정 법률에 대응하기 위해 지분 매각이 이어지는 경우 기업 경쟁력 및 경영권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사익편취 규제는 부당 내부거래를 규율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금지하지 않으며, 총수일가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 요건을 10%씩 상향했다. 상장사는 20→30%, 비상장사는 40→50%다. 이는 신규 설립·전환된 지주회사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지주회사가 적은 자본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배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추가 지분매입 비용이 지주회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지분율 상향은 개정법 시행 이후 설립·전환이 이루어진 신규 지주회사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므로 종전 지주회사의 경우는 추가 지분매입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또 공익법인과 금융·보험사를 통한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상장 계열사에 대해서는 적대적 M&A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기부 감소 등 공익법인의 사회공헌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보유 자체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배력 확대 목적이 없는 선의의 기부를 위축시키지 않는다고 봤다.
신산업 분야에서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업 내 풍부한 유보자금을 벤처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인하고, 전략적 투자 활성화를 통해 활력 있는 벤처 생태계를 촉진하겠다는 목적이다. 다만 타인자본을 통한 지배력 확대,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했다.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금융복합기업의 재무건전성 관리 강화와 자율적 위험관리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소속금융회사들이 둘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고, 소속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집단이 금융복합기업집단에 해당된다. 현재 기준으로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 등 6개 집단이 법 적용을 받는다.
금융그룹은 집단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향상하기 위해 금융복합기업집단 내부통제·위험관리 정책을 수립·마련해야 하고, 금융복합기업집단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평가·점검하도록 의무화된다.
자본적정성 평가·위험관리실태평가 결과 등이 일정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스스로 개선계획을 마련하고, 그 이행이 불충분한 경우 등에는 금융위가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수정·보완·이행·강제 등을 명령할 수 있다.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업권별 규제에 더한 중복규제라는 재계의 지적에 대해서는 "기존의 개별 업권법과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규제·감독하는 위험이 서로 상이하므로 이중규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금융부문 외 비금융회사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 위원장은 "3법 통과로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기업에 대한 신뢰와 시장의 활력을 제고해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뒷받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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