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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배민·요기요 합병 끝내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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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DH, 우형 인수 시 요기요 매각하라" 결정

 [로고=각 사]
[로고=각 사]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우아한형제들과 인수·합병(M&A)하려면 한국 법인 지분 전부를 매각하라고 최종결정했다. 국내 1,2위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 결합을 사실상 불허한 것이다.

공정위는 DH의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국내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지분 100%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DH는 공정위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DHK 지분 100%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매각 기간은 6개월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

또 공정위는 DH가 지분 매각 전까지 요기요 실질 수수료율을 변경하거나, 배달원과 이용자 정보 등을 우아한형제들로 이전하지 못하게 현상유지 명령을 내렸다. DH는 매월 전년 동월 이상의 프로모션 비용을 지출하는 등 기존 요기요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DH가 지난해 12월 30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1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앞서 DH는 첨단 물류시스템과 글로벌 배달앱 운영 경험을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 역량과 결합하기 위해 같은 달 13일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약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DH는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를 약 40억 달러(한화 약 4조7천500억원)로 인정했다.

공정위는 "양 사 합병 시 음식점·소비자·배달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이같은 조치를 부과했다"며 "배민과 요기요 간 경쟁관계는 유지해 혁신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DH와 우아한형제들 결합은 허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韓 배달앱 시장은 배민·요기요 천하…점유율 99% 넘어

공정위는 DH가 우아한형제들 인수 시 배달앱 시장 독과점 사업자가 돼 공정한 경쟁을 막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배민과 DHK의 합산 점유율은 99.2%에 달했다. 쿠팡이츠·위메프오·카카오주문하기 등 기타 서비스 점유율은 0.8%에 불과했다. 매출액과 월간순이용자수 기준으로도 DH와 우아한형제들의 합산 점유율은 각각 99.3%, 89.5%를 기록했다.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 및 각 배달앱 점유율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 및 각 배달앱 점유율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최근 쿠팡이츠가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으나, 전국 점유율은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기준 쿠팡이츠 서비스 지역에서도 이들 회사의 거래금액 점유율은 90.1%에 달했다. 많은 음식점들이 배민을 1차적으로 이용하는 데다, 2개 이상 서비스를 동시 이용할 경우 요기요를 찾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즉, 쿠팡이츠가 현재 DH와 우아한형제들을 위협할만한 경쟁상대는 아니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1주문1배달' 모델은 일반 자체배달 모델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서비스"라며 "국내 주문중개 시장을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장악한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수도권과 광역시 외 상대적으로 주문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까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란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배민도 지난 2015년 주문중개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선보였으나 아직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룡 배달앱 탄생하면 할인혜택 줄고 수수료 오를라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간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혜택이 줄고 음식점 수수료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공정위 조사 결과 배민과 요기요 간 경쟁이 덜한 지역에서 주문건당 쿠폰 할인을 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주문건당 할인금액도 양 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전년 대비 상당부분 감소했다.

공정위는 음식점 유치를 위해 양 사 간 수수료 할인 경쟁이 줄면서 기존 입점사에 대한 수수료 인상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 올해 쿠팡이츠의 약진에도 이들 회사의 수수료율은 지난해와 같거나 오히려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양 사 합병 시 이용자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는 것도 우려했다. 이들 회사가 그동안 쌓은 압도적인 정보자산을 바탕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벌일 경우, 경쟁 사업자는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양 사가 음식점에 무료로 제공하던 마케팅 정보도 줄이거나 유료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자신들의 자체배달 및 공유주방 서비스를 이용하는 음식점을 우대해 인접시장인 배달대행 및 공유주방 업계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DH·우형 "신규앱 진입 활발" VS 공정위 "전국 서비스 힘들어"

그동안 DH와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주장을 펼쳐왔다.

배달앱을 거치지 않고 이용자가 음식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비중도 높은 데다, 포털이나 지도앱 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어 독과점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또 배달앱 시장은 법적·제도적 진입장벽이 없어 쿠팡이츠와 같은 신규 사업자 진입도 활발하다고 강조해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에 공정위는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76%는 음식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달앱을 이용해 음식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전화주문은 이들 회사에 충분한 경쟁압력이 되지 못한다"며 "유력 신규사업자로 언급되는 네이버가 지난해 간편주문 거래실적이 배민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배달앱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할 순 있으나, 진입 초기 소비자와 음식점 확보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신규 사업자가 2년 내 이들의 수수료 인상이나 프로모션 축소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전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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