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올해 들어 다수의 보험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찾았거나 인수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직면한 데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대규모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하나금융그룹은 한국교직원공제회로부터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77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하나금융은 더케이손보를 14번째 자회사로 편입한 뒤 하나손해보험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하나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그룹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일환으로 더케이손보를 인수했다. 현재 하나손보는 디지털 종합 손해보험사를 표방하며 체질개선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푸르덴셜생명이 2조원이 넘는 가격에 KB금융그룹의 품에 안겼다. 푸르덴셜생명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과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지급여력(RBC)비율로 시장에서 '알짜' 매물로 꼽혔다.
KB금융은 자회사로 KB생명을 보유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을 새식구로 맞이하면서 KB금융은 생명보험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다. 향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되면 생보사 자산 순위 10위권 안에 올라서고, 합산순익으로는 5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3분기 순익에 푸르덴셜생명 염가매수차익(1450억원)이 반영됐고,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 기여도는 40.3%로 지난해 말(30.8%)보다 9.5%포인트 늘어났다.
지난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초 잔여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고 통합 사명을 '신한라이프'로 확정했다. 내년 7월 통합이 마무리되면 신한라이프는 자산 65조원 규모로 단숨에 생보업계 4위에 오르게 된다.
KDB생명과 악사손해보험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JC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 나홀로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상실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JC파트너스가 자금을 확보하면서 이르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보는 지난 9월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해 우리금융그룹, 카카오페이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교보생명만 단독으로 입찰해 현재 가격 등 매각 조건을 협의 중이다.
보험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직면한데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향후 성장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보험연구원은 내년 퇴직연금을 제외한 보험산업 수입(원수)보험료가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생보사들은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금리가 거듭 인하되면서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과거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판매했던 생보사들의 타격이 크다.
대규모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도 크다. 오는 2023년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 부채를 기존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에 선제적인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라이나생명도 올해 매각설에 휩싸였고 메트라이프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AIA생명 등의 보험사들도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많지만 매각이 확정된 회사는 몇 없다"며 "불황으로 인해 향후 더 많은 보험사가 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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