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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 담은 신동빈 메시지…대대적인 사업재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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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화학 등 산업환경 변화 대응력 부족…'혁신' 통한 명확한 미래 비전 재차 강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했다.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했다. [사진=롯데지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합니다."

여러 해 동안 '변화'를 강조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진행한 사장단 회의(VCM)에서 임직원들을 향해 질책을 쏟아내며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각 사별로 "본질적인 경쟁력, 핵심가치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5년 후,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임직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며 위기에 빠진 롯데를 재건하기 위해 자신부터 변화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도 밝혔다.

또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각 계열사마다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내며 해결책으로 '혁신'과 '실행'을 언급했다.

신 회장은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겐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각자의 업에서 1위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투자가 결실을 보는 전략에 맞는 실행이 필수"라며 "CEO들이 고객·임직원·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세울 때 강력한 실행력이 발휘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했다.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했다. [사진=롯데지주]

신 회장의 이번 발언은 롯데가 처한 위기를 그대로 드러냈을 뿐 아니라 임직원들을 향한 '경고'로 풀이된다. 지난 2015년 이후 경영권 분쟁, 중국 사드 보복, 불매운동,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매년 실적 악화가 이어져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몇 년간 돌파구 마련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해 1967년 그룹 창립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또 최근 몇 년간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시총이 줄고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데다 국내 5대 그룹 전체 매출에서 롯데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태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국내 5대 대기업집단의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5대 그룹 내 롯데의 매출 비중이 2015년에는 8.9%(68조2천800억 원)였으나, 2019년에는 7.7%(65조2천700억 원)로 1.2%p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유통과 화학사업이 모두 부진한 영향으로 2천1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롯데그룹 주력 사업인 화학 부문의 실적은 지난해 3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롯데정밀화학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절반 수준인 259억 원에 그쳤고, 롯데케미칼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3% 줄어든 1천938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대전 연구소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전 연구소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그룹에서 4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 사업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롯데쇼핑의 지난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5%나 감소한 14억 원에 그쳐 시장에 충격을 줬다. 3분기를 기점으로 구조조정 효과가 드러나며 1천1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선방했지만 이커머스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유통산업의 흐름에는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부문은 롯데그룹의 모태이면서 그룹 주력사업으로 꼽히지만,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경쟁력 약화,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대응력 부족 등이 사업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며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과 '쓱닷컴'을 앞세운 경쟁사인 신세계에 비해 흐름에 맞는 전략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본격 론칭한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을 두고 시장에선 유통 사업 내 성장 동력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롯데가 총 3조 원을 투자해 개개인의 선호를 파악한 추천 서비스로 '유통판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지만 ▲느린 배송 ▲고객센터 '불통' ▲낮은 가격 경쟁력 ▲불안정한 시스템 ▲물품 누락 등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모바일인덱스 기준 롯데온의 애플리케이션 월 사용자 수는 112만 명에 그쳤다. 2천141만 명으로 1위를 차지한 쿠팡의 5.2%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롯데가 계열사인 롯데멤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롯데멤버스가 가진 3천900만 명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초 개인화' 전략을 지향했지만 경쟁사들의 서비스와 큰 차별점이 없어 1대1 고객 대응 전략에 실패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백화점과 마트, 슈퍼, 하이마트, 홈쇼핑까지 한데 모았지만 쿠팡의 상품 다양성을 따라가기 어렵고, 온라인 유통의 핵심 경쟁력인 가격 역시 롯데온과 거리가 멀다"며 "네이버 쇼핑이 가격 비교 시스템을 도입해 트래픽을 유입시켰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 카테고리의 차별성과 배송 경쟁력도 롯데온이 풀어야 할 숙제"라며 "쓱닷컴과 마켓컬리가 식품 온라인을 주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고, 이미 쿠팡 등 여러 경쟁업체들이 당일·익일 배송 인프라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에서 롯데온이 얼마나 외연을 확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은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온'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신 회장이 6년 전부터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며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옴니채널(omni channel)'을 지속 강조해 왔지만, 그 결과물인 '롯데온'이 쿠팡은 물론 경쟁사인 신세계의 '쓱닷컴'보다도 낮게 평가되고 있어서다.

신 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면서 "이로 인해 롯데의 잠재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 대해 꼬집었다.

롯데온 [사진=롯데쇼핑]
롯데온 [사진=롯데쇼핑]

이 외에도 롯데는 산업 환경 변화에 제때 대응을 못 한 데다 이렇다 할 만한 신사업도 일구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굵직한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우고 신사업 진출을 이뤄낸 SK ▲바이오산업 진출로 시가 총액 5위에 드는 계열사를 일궈낸 삼성(삼성바이오로직스) ▲장기 투자 끝에 전기차 배터리 등 새 먹거리를 만든 엘지와 같은 변화와 도전 행보를 그동안 롯데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신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공백기를 가질 동안 내부 임직원들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자신들의 '생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해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승진 및 신임 임원 수를 2019년보다 80% 수준으로 대폭 줄였고, 일부 계열사에선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퇴직도 권고했다. '세대교체'를 앞세워 젊은 인재도 전진 배치했다.

그러나 신 회장과 롯데 최고경영진들은 구조조정 외에 아직까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신 회장이 지난해 말 울산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찾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일주일 후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만나는 등 '현장 경영'에 나섰으나 롯데의 재기를 예견케 하는 복안은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신 회장은 기존 그룹 양축인 유통과 화학 외에 최근 미래차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그동안 기업문화가 경직됐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일부 회사에서는 여전히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새롭게 조직된 임원들과 유연한 조직 문화 속에 롯데를 재건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이번 회의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가 경영권 분쟁을 겪은 2015년부터 성장 동력이 사그라들면서 다른 주요 그룹사에 비해 사업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며 "계속 밀리고 있다는 내부 위기감도 높아 신 회장이 이를 감안해 이번에 임직원들에게 쓴 소리를 내뱉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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