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부터 국내·외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까지 방송 미디어 플랫폼 전부를 법 지위로 끌어 올리기 위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지상파방송, 유료방송 플랫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OTT를 포괄해 '방송 생태계 내 모든 참여자 동반성장 방안 모색'을 위해 마련한다.
특히,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통합방송법과는 다른 차원의 시도로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장기 방송 미디어 법제 정비방안' 등 신규 미디어를 제도권에 흡수하고 육성·규제할 방안들의 상위 개념으로 포괄하겠다는 의도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20일 신년 업무 계획 발표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 및 인터넷 미디어 급성장 환경에서 미디어 산업 발전과 이용자 권익 제고를 위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지상파방송, 유료방송 플랫폼, 유료 PP, OTT 서비스별 경쟁 활성화·공익성·이용자 보호 등과, 여론 영향력 등을 종합 고려한 규제 및 지원체계 마련이 목적이다.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가속화, 미디어 경쟁 심화 등 변화된 미디어 시장에 맞는 법 개정 요구에 따른 발로다.
현재 디지털 기술에 의해 기업 비즈니스 방식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구조까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업종·영역 간 경계 파괴, 업체 간 이합집산이 가속화되면서 모든 산업에 걸친 전방위적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주요국은 이러한 디지털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방송 통신 분야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등 기존 방송, 통신, 온라인 등 모든 경계를 아우르는 미래지향적 통합 법체계와 선제적 규범 정립에 나서고 있다.
◆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으로 낡은 누더기 방송법 대체
국내 역시 전통적 미디어와 신규 진입자 간 경쟁 심화 및 플랫폼 영향력 증대되고 있다. 급속한 변화에 비해 법과 제도의 변화는 더뎌 사각지대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넷플릭스와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OTT 서비스가 약진하는데 비해 국내 지상파 방송 등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상파·비지상파와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마저 흔들리고 있다. 급속한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규제체계 확립이 절실하다.
방통위는 이에 재원 구조 개편을 통한 콘텐츠의 신뢰 회복은 물론, 낡은 규제 개선 및 공정 경쟁을 통한 생태계 내 모든 참여자 동반성장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의 이유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똑같은 방송 서비스지만 전달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법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들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규제만 하는 것은 아니라, 동시에 육성·지원도 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연합(EU)에는 2018년도에 이 개념이 도입됐고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이런 법제가 완성됐다"며 "우리는 사실 좀 늦어진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전문가 의견, 그리고 방송사들 입장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글로벌 OTT에 맞서 체력을 다져야할 OTT가 제도권에 흡수됨에 따라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적된다. 당장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 ▲서비스 이용자 보호 강화 등이 요구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재원과 용도가 유사한 방발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 간 통합을 통해 기금 운용의 신축성‧효율성 제고할 방침으로, 방발기금 재원 성격에 맞지 않는 지원은 축소하고 공익적 가치가 높은 방송에 대한 지원은 강화한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방발기금, (각종) 기금과 관련해서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어떻게든 기금을 많이 모아야 한다는 것으로, 기금이 적으면 아무리 공익적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발기금 징수 대상 확대다. 방통위는 인터넷 사업자 및 대형 PP 등에게도 방발기금을 징수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상임위원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차원에서, 방송을 통해서 수익을 버는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방발기금을 모아야 하지 않느냐"며 "현재 정해진 바는 없으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방발기금을 좀 더 많이 만들어 공익적 프로그램과 중소방송업체 등 지원할 여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TT 이용자 보호책임도 강화된다. 방통위는 오는 5월 OTT, 라이브커머스 등 이용 규모와 민원이 증가하는 신규 분야를 이용자보호업무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다른 우려는 부처간 충돌이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상충되기 때문. 대표적으로 OTT가 거론된다.
문체부 영진법 개정안은 OTT 사업자 법적 지위 신설 및 관련 금지조항 등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문체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나, 전기통신사업법에 관련 규정이 있어 벌써 중복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가 문체부 법안은 방송 전반·사업적 결합이 아닌 단순 OTT를 법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물리적으로 결합한 내용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법을 적용받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중규제나 다름없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문체부 법안은 지상파, 유료방송, OTT 등을 다 포괄하지 않고 OTT를 법안에 담기 위해 단순 물리적 결합한 것으로, 기존 법체계 간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반대한 바 있다"며 "해당 문체부 법안은 완전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공공성 강화하고 재원 확보방안은 확대
지상파는 공공성이 강화되고, 네거티브 규제(최소 규제)원칙 적용을 통해 광고 규제는 완화될 전망이다.
방통위가 제시한 대표적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는 '재허가 제도'의 '공적책무 협약' 대체,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지상파 중간 광고 전면 허용' 등이다.
방통위는 우선 지상파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올해 역량을 집중한다.
미디어 융합시대에 부합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새로 정립하고 공영방송 공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재허가 제도'를 방통위와 공영방송 간 '공적책무 협약'으로 대체한다. 이어 해당 협약 이행 여부를 엄격히 점검하도록 하는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제도 개선안은 해외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영국 BBC의 경우 정부와 방송사가 10년을 주기로 공적 서비스 목록·유형, 운영면허 부여에 따른 규제 조건과 의무 등을 규정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아울러 시청자 평가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송 운영과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의견을 전달하는 '시청자평가원'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시청자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시청자 참여도 확대한다.
또 재난방송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재난방송 콘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재난방송상황실'을 설치해 각종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토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지상파 UHD는 2023년까지 전국망 구축을 추진하고, 직접 수신 확대와 유료방송 재전송 협의를 지원해 실질적인 UHD 시청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방통위는 방송 공공성을 담보하고 존속시킬 방안으로 광고, 수신료 제도 개선 등 방송 재원 구조 개편도 추진한다.
먼저, 수신료와 다른 수익 간 회계 구분, 수신료 사용 명세 공개 의무화, 수신료위원회 설치 근거 마련 등 수신료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공영방송 역할을 강화하도록 수신료 제도를 개선한다.
또 편성 자율성과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해 편성규제를 완화한다. 이어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 규제를 합리화하고 방송 광고 유형‧시간 단순화 등 네거티브 규제(최소 규제) 원칙의 제도개선안을 마련한다.
아울러 방송 광고 결합 판매 제도개선방안 마련과 더불어 미디어렙 판매영역을 인터넷과 모바일 영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송혜리 기자 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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