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코스닥 지수가 장중 1000포인트 고지에 오르며 '천스닥' 시대를 열었다. 2000년 '닷컴버블' 이후 20년 만이다.
26일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70포인트(0.07%) 오른 1000.00에 장을 시작했다. 코스닥이 1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닷컴버블 시기였던 지난 2000년 9월 14일(1020.70)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도 '동학개미'가 주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이달 들어 전날까지 2조1천602억 원 순매수했다. 반면 이 기간 기관은 1조6천436억 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117억 원 순매수에 그쳤다.
이날도 오전 11시37분 현재 개인투자자는 코스닥시장에서 2천765억 원 순매수 중이다. 1천490억 원)과 기관투자자(940억 원)의 동반 순매도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제약(5.21%)이 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에 5% 이상 상승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2.36%)도 상승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씨젠(2.17%) 에이치엘비(0.11%) 펄어비스(0.97%)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 '동학개미' 코스닥 바이오·IT 쇼핑…뒤늦은 '1월 효과'?
개인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와 IT 종목을 집중 매수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전날까지 총 2천7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오스코텍(1천246억 원) 알테오젠(736억 원) 메드팩토(687억 원) 삼천당제약(423억 원) 압타바이오(408억 원) 등 바이오 종목도 올해 순매수 상위 10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모바일 플랫폼 업체인 엔비티(881억 원), 인공지능(AI) 영상인식 전문기업 알체라(524억 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인 에스앤에스텍(414억 원)의 순매수 규모도 크다.
통상 1월 증시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가 나타나곤 했다. 지난 2000년 이후 2019년까지 20년 동안 월별 수익률 기준으로 1월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1.1%였지만, 코스닥 평균 수익률은 4.3%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그러나 올해 1월 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등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거 사들이며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수준인 3200선도 돌파하는 등 1월 효과가 무색해졌다.
심원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시장 상황은 단순히 1월 효과가 나타나기 보다는 충격 이후 회복 국면으로 봐야한다”며 “과거 증시 쇼크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선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우위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 충격이 컸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는 2008년 10월 24일 저점부터 반등 이후 9개월이 지난 2009년 7월 24일 코스닥의 반등 탄력을 따라잡았고, 이후 2011년 4월까지 19개월간 추가 상승 사이클에 올라타는 모습이었다.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스닥 등 중소형주 보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랠리가 당분간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랠리와 대형주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코스닥 등 국내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매력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임성철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5배 수준이지만, 현재는 0.8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중소형주 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대형주 대비 높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연기금 투자 확대 가능성…코스닥 훈풍 기대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 가능성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방침도 코스닥 시장의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매도는 지난해 3월 금지된 이후 1차례 연장을 거쳐 유지되고 있고, 오는 3월 재개를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불법 공매도 방지와 개인투자자 공매도 활성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제도 마련 차원에서 3월 공매도 재개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어 공매도 금지 연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아울러 최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증시 안정화 방안으로 현재 1~2% 수준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높이고, 투자 성과 판단에 사용되는 추종 지표에 코스닥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는 수급 측면에서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공매도에 대한 허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정부 부처와 여당의 발언을 고려하면 공매도 허용은 추가 3~6개월 연장과 대형주 우선 시행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시총 상위 대형주부터 순차적으로 공매도 허용이 재개될 경우, 대형주로 몰린 개인 매수세가 중소형주로 유입되기 시작될 것"이라며 "특히 공매도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큰 개인 수급 특성상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수급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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