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동학개미'와 기관투자자의 '쩐의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코스피가 3200포인트를 넘어서고 코스닥도 20년 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의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은 연일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내던지고 개인투자자들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이를 받아내며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2천5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4천113억 원을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에서 총 4조6천163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1일(4조5천781억 원) 기록한 하루 최대 순매수 기록을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갈아 치운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만 국내 증시에서 20조 원 넘게 사들였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시장에서 17조6천511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 2조5천710억 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지수가 급락했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개인 순매수 규모가 20조 원을 넘어서기까지는 53거래일이 걸렸지만, 올해는 단 17일 만에 이를 돌파했다. 연초에도 '동학개미'의 거침없는 배팅이 주가 상승 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연일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기관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코스피 16조3천527억 원, 코스닥 1천7천902억 원으로 총 18조1천429억 원에 달한다.
특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각종 공제회가 포함된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올해 들어 전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도물량을 쏟아내며 17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만 7조4천271억 원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순매수 한 날은 3거래일(321억 원)에 불과하고, 총 3천5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최근 가파른 상승장에서는 기준 비율을 넘어서는 물량을 매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증시 급등으로 내놓는 차익실현 물량은 개인투자자가 모두 쓸어 담는 형국이다.
개인투자자의 이례적인 매수세는 마치 화수분처럼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투자자예탁금은 68조4천744억 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12일(74조4천559억 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지난 2019년 연평균 28조 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올해 들어서만 2조4천117억 원이 늘어나며 21조 원을 넘어섰다.
개인들의 풍부한 유동성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청약 열기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5~26일 이틀 동안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레인보우로보틱스, 와이더플래닛에 약 17조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청약경쟁률은 1천201대 1을 기록했고, 와이더플래닛 경쟁률은 1천358대 1에 달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237대 1의 경쟁률에 청약증거금으로 11조6천400억 원이 몰리기도 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개인투자자의 투자형태가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펀드 가입이 중심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투자정보와 지식을 습득한 스마트 투자자의 능동적 대응이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수주체가 개인에게 집중된 상황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있지만, 가계의 투자자산 중 주식투자 비중이 현저히 낮았던 구조적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며 "국내 증시에서 기관과 외국인 보유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개인 비중 확대는 향후 증시 수급 선순환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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