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 한시적으로 배당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선 실물 경제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는 취지에서다. 상당수 은행들이 장기침체를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국내 은행지주회사·은행의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연말부터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배당 축소를 권고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해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해 12월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개별회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코로나 만기연장부터해서 부실이 본격화 되는 것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그래서 금융지주나 은행들에게 충분히 충당금을 쌓고 배당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선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위기상황에서도 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충분한 손실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해 9월말 기준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총자본비율은 ▲은행 16.04% ▲은행지주 14.75%로 규제 수준을 상회한다. 재무건전성도 양호하고 지난 해 경영실적도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나,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선제적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가 향후 경제 충격이 찾아올 경우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모형을 활용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위기상황 시나리오가 은행·은행지주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BIS비율을 추정하는 방식인데, 각 은행과 지주별 신용 시장리스크·영업손익 등이 모형을 구성한다.
시나리오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1997년 외환위기(△5.1%)보다 올해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5.8%)이 찾아 올 것이라 가정한 후 ▲장기 회복인 U자형에선 내년에 회복 ▲장기 침체인 L자형에선 내년에도 0% 성장 등 두 개로 만들어졌다.
테스트 결과, 두 개의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 비율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배당제한 규제비율의 경우 U자형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이 규제 비율을 상회했으나,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에선 상당수 은행이 규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BIS기준 의무 보유비율은 ▲보통주자본비율 4.5% ▲기본자본비율 6% ▲총자본비율 8%인데,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여기에 자본보전완충자본 2.5%포인트(p)가 가산된다. 시스템적 중요은행은 1%p가 더 추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도 더 큰 강도의 위기상황에서도 모든 은행들이 대체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라면서도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게 배당성향을 20% 이내에서 결정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배당엔 중간배당과 자사주매입이 포함된다. 배당 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배당제한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경우, 자율적으로 배당을 실시하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말했다.
적용 기간은 오는 6월말까지다. 그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 배당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권고대로라면 금융지주들의 2020년 결산 배당액은 전년 대비 줄어들 전망이다. 2019년 기준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의 배당 성향은 25~27%로, 총 2조8천669억원을 배당했다. 2019년 실적을 기준으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적용하면 배당금은 2조1천958억원으로 줄어든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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