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 가전 명가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 1위 자리를 노리던 LG전자의 꿈이 막판에 좌절됐다. 매년 '상고하저'의 실적을 보였던 LG전자가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 덕분에 가전 매출이 크게 오르며 지난 4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뒷심이 강한 월풀의 매출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3조2천620억 원, 영업이익 3조1천950억 원, 영업이익률 5.1%를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1% 증가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연간 3조 원을 넘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5% 늘어 4년 연속 60조 원을 상회했다.
1년 전만해도 시장에서 예상한 LG전자의 2020년 영업이익은 2조7천~2조8천억 원 수준이었지만, 원가 절감과 함께 '펜트업' 효과에 따른 가전 판매 호조가 이 같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사 최대 실적을 견인한 H&A사업본부는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 가전으로 대표되는 신가전 판매 호조, 렌탈 사업의 매출 확대 등에 힘입어 연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영업이익률(10.6%)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5년 연속, 영업이익은 6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같은 LG전자 실적의 저력은 TV와 가전에서 나왔다. LG전자는 보통 4분기에 연말 소비 시즌 도래로 프로모션이 확대되며 실적 악화를 겪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전과 TV의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또 신(新)가전으로 불리는 스타일러(의류관리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의 인기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판매 증가 등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 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에선 지난해 매출 22조2천691억 원, 영업이익 2조3천526억 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매출액 5조5천402억 원, 영업이익 2천996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역대 4분기 가운데 가장 많다.
매출액은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글로벌 전 지역에서 고르게 매출이 늘고 원가구조 개선이 수익성을 높인 데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45.2% 증가했다.
하지만 월풀이 지난해 4분기 동안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세계 매출 1위 자리는 차지하지 못했다. 월풀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194억5천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 매출을 분기당 환율을 적용해 환산할 경우 22조8천655억 원가량이다. 이는 LG전자 생활가전 매출액을 웃도는 수치다.
다만 LG전자는 연간 영업이익에선 월풀보다 앞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월풀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6억2천300만달러(약 1조8천820억 원)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비성수기로 꼽혀온 3~4분기에 LG전자가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연간 최고 실적을 이끌었다"며 "LG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동안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처음으로 월풀 매출을 추월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월풀이 북미에서 연말 쇼핑 시즌 수혜를 받으며 4분기에 기대 이상의 매출을 달성해 1위에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효율적인 SCM(공급망관리) 시스템을 가동해 월풀과의 격차를 6천억 원으로 줄인 것은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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