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AI(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달걀 가격에 이어 닭고기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간식’ 치킨 가격까지 덩달아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육계협회는 치킨에 사용되는 ‘9호‧10호’ 닭고기 가격이 이날 기준 3천308원으로 지난해 2천385원보다 38.7% 인상됐다고 밝혔다.
거기다 지난해 긴 장마 등의 영향으로 양파 등 농산물 가격까지 오름세다. 밀가루 가격도 2014년 이후 가장 높게 형성됐으며, 배달비 상승과 인건비, 임대료까지 오르면서 치킨 판매가를 결정하는 거의 모든 요인에서 가격 상승이 발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치킨 가격 인상’이란 단어 자체를 꺼내는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017년 AI로 치킨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렸던 BBQ가 ‘불매운동’ 등의 여파를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당시 BBQ는 AI로 닭고기 가격이 16% 가량 상승하자 황금올리브치킨 등 기본 제품 가격을 2천원 인상했다.
치킨 가격이 인상되자 소비자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치킨 가격 인상을 비판했다. 정부는 “치킨 가격 인상 이유가 높지 않다”며 제동을 걸었고 소비자는 불매운동을 벌이며 기업을 압박했다.
결국 BBQ 측은 “싸나이답게 용서해달라”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인상했던 제품 가격을 모두 원위치 시켰다. 하지만 17개월이 지난 후 BBQ는 1만6천원이던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2천원 올린 1만8천원으로, 신제품은 2만원대로 출시했다. 교촌치킨과 bhc는 치킨 가격 대신 배달비를 유료화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2017년처럼 AI를 이유로 업계가 치킨 가격을 슬그머니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2017년처럼 치킨 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치킨 가격 인상 논란 이후 정부가 닭고기 가격공시제를 시행한데다, 가장 먼저 가격을 올린 기업이 소비자들의 ‘타깃’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로 치킨 배달 주문이 크게 늘면서 교촌·bhc·BBQ가 각각 4천500억원, 4천억원, 3천500억원 등 역대급 매출을 달성한 것도 가격 인상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치킨 업계는 하림·마니커 등 도계 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 하면서 선물·구간가격 등 여러 단계로 계약 방식을 분산시켰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AI로 인한 일시적 닭고기 가격 상승은 완제품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닭고기 가격이 인상된 것은 맞지만, AI라는 특수성 때문”이라며 “AI가 연간 지속 된다면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시적인 닭고기 등 원재료 가격 인상의 경우 본사에서 차액을 보존할 수 있다”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김태헌 기자 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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