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 나란히 수장 교체를 앞둔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반면, 전경련은 후임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이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또 다시 연임을 하게 될 지를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달 말 제60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허 회장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해 제38대 회장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허 회장의 임기 만료는 이달까지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 처음 33대 회장에 추대된 후 37대까지 4연임하며 무려 10년간 전경련 회장을 맡아왔다. 전경련 회장은 임기가 2년으로, 무제한 연임할 수 있다. 반면 대한상의 회장은 임기 3년에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17년 임기가 만료됐을 당시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계속 연임하면서 총 10년간 회장직을 맡아왔다. 이에 허 회장은 고(故) 김용완 경방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역대 최장수 회장 반열에 올랐다. 이번에도 후임자가 없을 경우 허 회장이 5번째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한상의는 지난해 여름부터 차기 회장 후보군이 언급되기 시작해 결국 재계의 예상대로 지난 1일 최 회장의 취임이 공식화됐다. 최 회장은 오는 23일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서울상의 회장으로 최종 선출되고,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이 겸하는 대한상의 회장은 3월 24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차기 서울상의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되자 "추대에 감사드린다"며 "대한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계를 대표하는 두 경제단체가 수장 교체를 두고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을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전경련은 한 때 명실상부한 재계의 소통 창구였다. 특히 전경련은 이병철 회장을 시작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구자경 LG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역대 사령탑을 맡아 정부와 정치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4대 그룹이 전경련을 줄줄이 탈퇴하면서 입지가 많이 약화됐다. 당시 전경련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K스포츠·미르재단을 위한 기업들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적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로 인해 전경련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서도 배제되는 등 굴욕을 당했다. 또 현 정부가 대화 파트너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재계의 소통 창구로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지면서 적잖은 부담도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탈퇴한 후부터 전경련이 해외 통상 이슈 대응과 경제 정책 제언 등 싱크탱크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대한상의가 재계 소통 창구로서 주로 많은 역할을 해 왔다"며 "위상이 크게 축소된 전경련이 이번에도 허 회장의 후임을 찾지 못하면 허 회장은 역대 회장 중 처음으로 12년 연속 임기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허 회장이 지난 2019년 12월 GS그룹 총수에서 물러난 만큼 전경련의 입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역 총수 중 후임자를 찾아 전경련 회장직을 넘겨줄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후보군으로는 부회장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의 낮아진 위상으로 회장직에 선뜻 나서는 인물이 없는 상태"라며 "조만간 경영복귀를 할 것으로 보이는 김승연 회장이 전경련 회장도 함께 맡으며 재계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허 회장의 5연임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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