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큰 반전은 없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지난해 2월 예비판정과 마찬가지로 LG 손을 들어줬다.
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기한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생산·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ITC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SK가 폭스바겐엔 2년, 포드엔 4년간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실상 LG가 원하던, SK가 피하고 싶었던 시나리오가 실현된 셈이다. SK로선 폭스바겐, 포드에 제한적으로나마 배터리 공급이 허용된 점이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 LG, SK에 납득가능한 합의안 요구
앞서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했다"며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정을 내렸다. ITC는 최종 결정도 SK이노베이션 패소로 결론 내렸다.
ITC는 지난해에 내렸어야 할 최종 판결을 세 번이나 연기할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예비 판정 결과를 뒤집진 않았다.
이번 판결로 합의 기준점이 마련됐고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화해를 촉구한만큼 양사가 합의에 진척을 낼 수도 있다. 일단 합의 판은 승소한 LG가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제는 (SK가)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이번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입장 차를 얼마나 좁히는지 여부다. 양사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의견 차가 컸다. 업계 안팎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수 조원, SK이노베이션이 수 천억원을 제시하면서 지난 1년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 SK엔 대통령 거부권이 희망
양사가 끝까지 간다식 소송전을 계속 벌일 수도 있다.
SK로선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에 희망을 걸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행사 시한은 최종판결 이후 60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서 수 조원을 들어가며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 등을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알리겠다"며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업비밀 침해 건에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한 번도 없어,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사의 합의가 결렬되고 소송전이 이어질 수도 있다. 양사는 국내외에서 10여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에 쓰는 비용이 수 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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