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경영계가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산업안전보건범(산안법) 양형 기준을 강화한 것에 대해 과잉처벌 선고를 우려했다. 형량 범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감경인자는 축소하고 가중인자를 확대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18일 경영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
경영계는 "산재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엄하게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양형위원회가 처벌에만 초점을 맞춰 산안법에 대한 권고 형량 범위까지 상향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과잉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됨에 따라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사고·질병 등 상해 시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산안법 위반 범죄 양형 기준도 대폭 강화됐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 등 책임자에게 최대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이 강화됐다.
경영계는 "기본 과실범 형태인 산안법에 대한 권고 형량 범위를 동일한 형태의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보다 더 강하게 설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산안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중과실로 인한 사망이 기본적으로 과실범임에도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의 권고 형량범위를 더 높게 규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또 업무상과실·중과실로 상해를 입힌 범죄보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해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또 양형인자에서 감경인자를 축소하고, 가중인자를 확대한 부분도 그 타당성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당금액 공탁'을 감경인자에서 삭제하는 반면 유사사고 반복, 다수 피해 발생 등 특별가중인자를 확대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경총 등은 "현행 양형기준이 사고발생 시 사업주의 산재예방 노력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평소 사업장 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작업환경개선 등을 위해 상당 부분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는 경우 형량을 감경시킬 수 있는 특별감경인자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산안법 특수성(과실범) 등을 감안하지 않고 산안법 위반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며, 과잉처벌 선고가 우려된다"며 "양형위원회가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양형기준 수정안을 합리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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