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내 지급결제제도의 손질내용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이 어떻게 통과되느냐에 따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전자지급결제 시장의 관리·감독 주도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은의 고유 업무인 지급결제 업무의 침해 논란으로 시작된 전금법 개정안 이슈는 이제 이것이 금융위의 지급결제 관련 정보 독점으로 악용될 수 있는 '빅브라더법'인지 등 법안 취지의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 은성수 "전금법 개정안, 빅브라더법 아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책금융기관장 간담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행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빅브라더'법이라고 했는데, 이는 오해"라며 "만약 정보를 수집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생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으는 것이고, 해당 자료를 보는 건 법원의 영장 등을 받아야 가능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기록 조회를 생각해보면 빅브라더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휴대폰의 통화 내역을 조회하려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야 하는 것처럼, 전금법 개정안이 시행돼도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의 모든 거래정보를 수집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는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라는 한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17일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최종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지급결제 시스템이 '빅브라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앞서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지적에 따라 한은이 국내 법무법인 두 곳에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전금법 내 해당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은은 또 중국 등 해외에서도 이같이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거래정보까지 정부가 들여다보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의 고객 거래정보를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금융위가 금결원을 관리·감독하면서 빅테크의 거래정보에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페이로 상품을 구입하면 모든 거래정보가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보고되는데 금결원을 관장하는 금융위가 이같은 개인정보를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빅브라더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독점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또는 기관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양 교수는 지난 4일 '2021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금융정보학회 세미나' 발표자료를 통해 전금법 개정안 내용 중 일부에 대해 '빅브라더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전금법 개정안 논란…한은 고유업무 침해에서 '빅브라더법 논란'으로 갈등 심화
당초 전금법 개정안은 한은의 고유업무인 지급결제제도 관련 업무를 침해하느냐가 쟁점이었지만 이제는 개정안이 빅브라더처럼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는 모양새다.
전금법 개정안에는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가 종합지급결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이를 위해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해 빅테크의 외부 청산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금융결제원 등을 외부 청산기관으로 삼고 금융위가 청산기관의 허가·감시·감독·규제 권한을 갖는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한은의 고유 업무인 지급결제와 청산업무, 금결원 감시 업무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이런 논란이 최근 들어 '빅브라더법' 논쟁으로 번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현재 양측의 협상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상호간에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전금법 개정안 등에 대해 논의를 하기로 했지만 현재 가시화된 결과물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와 한은의 전금법 개정안과 관련된 논의는 (실무자들간에) 서로 소통은 하겠지만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의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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