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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분조위] ① 은행들, 글씨 못보는 고령자에게도 라임펀드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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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우리·기업은행, 투자손실 65~78% 배상"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게 투자 손실의 최대 78%까지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검사 결과, 은행들은 시력이 저하된 80대 고령자에게 위험 상품인 라임펀드를 판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의 투자자 성향을 임의로 '공격투자형'으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라임펀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분조위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투자자 3명에게 투자 손실의 65~78%를 배상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 82세 고령자에게 라임펀드 판매…예금 원한 고객에게도 권했다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173개의 펀드의 환매 연기로 약 4천여명의 개인 투자자, 581개의 법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을 말한다. 환매 연기 규모는 약 1조6천7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5일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682건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판매한 라임톱(TOP)2밸런스6M 펀드 등에 대해선 182건, 라임레포플러스9M 펀드에 대해선 20건의 분쟁이 접수됐다. 각각 2천703억원, 286억원이 환매 연기 중이다. 이 중 3건이 분조위에 부의됐다.

분조위는 3건 모두 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금융기관은 고객의 투자 목적, 투자 경험, 위험 선호의 정도, 투자 예정기간 등을 미리 파악해 그에 적합한 투자 방식을 권유해야 하며, 상품의 내용·위험성·구조와 성격 등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은 원금 보장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위험 상품인 라임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가 원금 보장을 원했음에도, 라임 펀드를 권유했으며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에 대해 충분한 설명도 없이 서명을 하도록 유도했다.

이 투자자는 82세의 고령자였다. 은행이 고령자 대상으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려면 감사통할자 사전확인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은행은 이 작업을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이 고객은 서류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 판매자가 설명한 내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분조위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투자 손실의 78%를 배상하도록 권고했다.

투자 등급을 임의로 작성한 사례도 분조위에 올랐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제조업을 영위하는 모 소기업은 안전한 상품을 문의했지만, 은행은 해당 기업의 투자 성향을 '기대 수익이 높다면 위험이 높아도 상관 하지 않음' 등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기재해 라임 펀드를 권유했다.

또 은행은 모자(母子)형 펀드라는 라임 펀드의 투자 구조와, 투자 대상 펀드의 위험성에 설명하지 않았으며, 투자 위험이 충실히 기재되지 않은 직원 교육용 자료를 교부했다. 분조위는 이 사례에 대해선 배상비율을 68%로 결정했다.

투자 경험이 없는 60대 은퇴자에게 라임 펀드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는 65%의 배상 비율이 내려졌다. 이 투자자는 정기예금 추천을 요청했으나 은행은 투자 성향을 위험중립형으로 임의 작성했다. 투자대상의 위험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으며,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하는 모니터링콜도 실시하지 않았다.

◆ 판매 규모 컸던 우리은행, 기업은행보다 기본 배상비율 높았다

금감원은 배상 비율 산정에 앞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기본 배상 비율을 각각 55%, 50%로 결정했다. 영업점 판매 직원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기존 사례와 동일하게 30%를 적용하고, 본점 차원의 투자자 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우리은행 25% ▲기업은행 20%를 가산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라임 펀드 규모가 많았던 점 ▲규정 위반 정도가 컸던 점 등을 고려해 기업은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본배상 비율이 결정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은행보다 우리은행의 판매 금액이 많았고,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검사 과정에서 규정 위반 정도가 더 많았던 점이 고려됐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에게 자본시장법 상 '부당권유 금지'를 근거로 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분쟁 조정 신청건에 대해선 이번 분조위 기준을 바탕으로 자율 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배상 비율은 최저 40%, 최대 80%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환매 연기로 미상환된 2천989억원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투자자와 은행이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은 성립된다. 현행법에 따라 분쟁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다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취소 등으로 재조정도 가능하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판매 은행들은 투자자에게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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