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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CBDC, 빨리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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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0.50% 동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월 정례회의를 열고 연 0.50%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 결정으로 동결했다.

◆ "4차 재난지원금 확정되면 경제성장률 높아질 수 있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타나면서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글로벌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4일(현지시간) 장중 1.42%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가격 상승, 일부 원자재 채굴 차질 등 공급 측면의 요인이 있었다"고 풀이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있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이어질지, 코로나19 전개상황이 어떻게 될지 등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다"면서도 "물가상승이 커질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방역으로 인한 제한조치가 완화되면 억눌러 있던 소비가 짧은 시간 내에 분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3%로 작년 11월보다 0.3%p 상향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예상되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상여건 악화, 조류 인플레이션 확산, 식료품 가격 상승, 국제 유가 상승세도 감안했다"고 전했다.

1%대 물가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을 얘기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에도 해외처럼 수요 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주의깊게 살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는 3.0%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정부 방역 당국의 전망치를 수용해 반영했다"며 "지금 논의중인 추가경정예산은 아직 지출 내역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전망치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4차 재난지원금과 추경이 확정된다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최근 국고채 금리가 수급 우려에 장기물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에 따라 장단기 금리차이가 크게 확대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장기 금리 상승과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신정부 부양책 기대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세가 국내 장기금리 상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평균과 대비해보면 최근의 장단기 금리 차이는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그에 연동되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가계나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도 조정 압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최근 장기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지만 단기 금리는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체 대출금리의 상승폭은 제한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PIX)는 단기금리의 영향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1년 이하 은행채나 CD금리와 연동되는 기업대출금리도 큰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출금리에 영향이 전이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채무부담이 커지고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의 디지털위안화, 전면 도입에는 신중할 것

최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전세계에서 주목 받는 가운데, 중국이 디지털위안화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중국이 CBDC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짚어봐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기술적 검증이 마무리되더라도 디지털 위안화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까지는 중국도 신중하게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빨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은의 국고채 직접 매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주요국의 경우 중앙은행의 국채 직접인수를 법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신흥국도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전했다.

한은이 직접 국채를 이수하게 되면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거론되고 대외 신용도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법 15조에는 한은이 국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발권력을 이용한 재정자금 조달을 법으로 규정한 것인데, 한은법이 1950년에 재정될 때 정부의 세입기반이 매우 취약했고 국채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았던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정부 재정이 건실하고 국채 시장도 크게 발달돼 있다"며 "현재 여건을 감안해 과연 이 조항이 유지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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