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차주들의 채무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이어지는 한국은행과의 갈등에 대해선 "밥그릇 싸움을 할 생각이 없다"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언론인, 학계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서한엔 10개 금융 현안에 대한 은 위원장이 답변이 담겼다. 다음은 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가계부채가 지난해 1천7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가계부채 위험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우려와 관련하여 금융당국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간 일관성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관리해 온 결과, 2017년부터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화됐다. 하지만 지난해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금융·통화정책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계부채 증가율이 확대됐다"
"가계부채의 질적구조·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라 향후 주요 잠재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계속 유의해 나가겠다"
"현재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기조 하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단시일 내 완화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이나 불요불급한 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나가겠다.
-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은 부실 위험을 이연시키고 금융권에 떠넘기는 것 아닌가.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향후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실물 부문 부실의 금융권 전이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의 꾸준한 건전성 제고 노력 등으로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상황이며,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권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충분한 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꾸준히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6개월 추가 연장 조치는 코로나19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금융권 부실을 예방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적극적 지원은 '기업도산 방지→실물경제 회복→부실채권 증가 억제→금융회사 건전성 제고'의 선순환을 견인한다"
“지난 1월말까지 전 금융권은 만기연장 121조원, 원금 상환유예 9조원, 이자상환유예 1천637억원을 지원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다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이자를 성실히 상환함에 따라 이자 상환 유예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회사들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출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예년에 비해 충당금을 충실히 적립하고 있다"
-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장기화는 좀비기업을 양산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텐데, 부실기업을 정리할 의지는 있는 것인가.
"코로나19로 인해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를 받은 기업과 통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상환을 못하는 기업은 구분 돼야 한다. 만기연장·상환유예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등으로 '일시적으로 자금 부족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가 진정돼 정상적인 경제 상황으로 복귀하면 기간을 갖고 천천히 원금과 이자를 되갚아 나갈 수 있는 기업들로서, 좀비기업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대상이 전체 총여신의 0.34%(금액기준)에 불과해 좀비 기업 양산을 우려한 수준이 아니며, 휴·폐업 등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경우가 있지만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회사들도 이들 기업 등에 대해 유예기간 중 카드사용액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재무상황과 부실징후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재무적 대응 여력을 확충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예기간 종료 후 차주의 상환부담이 일시에 집중돼 부실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며, 당국도 연착륙을 지원해 나갈 것이다"
- 작년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0%를 상회해 가계부채 억제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가하면, 청년층이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선 지나치게 엄격한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각종 대출규제가 내집마련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주거사다리 형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가슴이 아프다. 다만 가계부채의 적정한 관리와 청년층 내집마련 지원을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정책당국으로서 고민이 깊다"
"가계부채 급증은 향후 경제주체들의 소비제약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외부 충격 시 자산가치 하락으로 촉발되는 시스템 위험을 유발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반면 금융중개기능의 본질은 미래의 기대소득을 현재의 유동성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주거 사다리를 희망하는 청년층의 금융 접근성을 보다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속도 관리를 위해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관리하되, 청년층 주거사다리 형성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청년·신혼부부 대상 정책모기지에 만기 40년 대출을 도입하여 원리금 상환부담을 완화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청년층의 대출가능금액 산정 시 현재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소득까지 감안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요 시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행 청년층·무주택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 은행지주·은행에 대한 배당축소권고는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글로벌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어렵게 하는 것 아닌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배당제한 등 엄격한 자본관리를 권고하고 있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바젤위원회 조사 결과, 주요 30개국 중 27개국이 코로나19에 따른 배당 제한 등 자본보전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객관적인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기초해 결정됐으며 테스트를 통과한 은행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등 외국과 같이 일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진 것이다. 무디스 등 해외 신용평가사는 배당제한 권고가 우리나라 은행의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쌍용차 회생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높은데, 정부도 회생 지원과 구조조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구조조정 원칙이 없는 것 아닌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적 측면과 금융 논리를 균형있게 반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원칙이며, 쌍용차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칙을 견지해 나갈 것이다"
"현재 쌍용차와 대주주, 잠재투자자, 협력업체,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피 플랜(P-Plan) 진행을 위해 협의중에 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이해관계자는 물론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예상된다. 모두 조금씩 양보하여 상생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관계부처·기관은 협상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가능성과 고용·산업 측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해관계자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는 등 긴밀히 대응해 나가겠다"
-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데, 지원요건을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지난 해 5월 출범 이래 항공업 등 기간사업과 기간산업 협력 업체 등에 약 6천140억원을 지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은 기본적으로 민간금융과 정책금융이 우선 담당하고, 이런 자금으로도 지원이 충분치 않은 항공업 등 대규모 기간산업에 대해 제한적으로 활용하고자 기금을 조성했다"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만큼, 신중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지원대상을 확대하거나 코로나 이후의 산업구조개선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논의가 금융위원회-한국은행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는 한편 '빅브라더' 우려도 제기되는데 꼭 추진해야 하는가.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가 부실을 감추거나, 투자자 허위 기재 등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큰 피해를 야기한 바 있다. 새로운 사업은 장려하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빅테크를 통해 매일 엄청난 규모의 송금 등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투명하게 하는 건 소비자 보호에 매우 긴요하다"
"한은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전금법 개정안 부칙에서 '한은의 결제관련 업무는 전금법 적용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소비자 보호가 중요해도 개인정보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소비자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가 잘 조화돼야 하는 만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전문적인 조언을 받아 법안심사소위에서 합리적으로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생각도 전혀 없다. 그간 한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8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왔으며,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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