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이베이코리아가 탐나기는 하는데, 5조나 주고 사기에는 부담스럽죠”
지난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옥션과 G마켓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을 선언하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쿠팡이 미국 상장을 추진하며 5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몇 달 전만 해도 ‘비싼 기업’이었던 이베이코리아는 이제 ‘지금이 최저가인 기업’으로 가치가 달라졌다.
◆ 이베이코리아, 왜 인수하려 할까?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달 16일 예비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분 100%를 5조원에 매각가로 제시했다.
국내 이커머스업계 3위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유통 대기업들은 물론 카카오도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기에 글로벌 사모펀드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5조원대였던 몸값은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면 매각가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이베이코리아를 눈여겨 보는 이유는 시장 점유율 때문이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는 매출 1조3천억원, 영업이익 8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기업은 최소 적자부담은 지지 않아도 된다. 또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이 지난해 20조원 규모로 추정돼 인수 기업은 네이버, 쿠팡에 이은 이커머스 업계 3위에 오를 수 있다.
거기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옥션·G마켓·G9 등을 운영하며 매해 흑자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쿠팡을 꼽는다. 쿠팡은 미국 사장 이후 약 4조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어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단숨에 네이버를 뛰어넘어 이커머스시장 1위에 올라선다. 또 쿠팡은 오픈마켓 판매자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개별 판매자 제품도 ‘로켓배송’을 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쿠팡을 이베이코리아 인수 유력 기업으로 판단하고 있을 정도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순수 오픈마켓 사업자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공식화됐다”며 “별개의 플랫폼을 유지하되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는 쿠팡”이라고 말했다.
◆ 누가 이베이코리아 손에 쥘까
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사업 확대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금보유여력과 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면에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수 있는 유통기업이다.
특히 롯데의 경우 오프라인 시장에 집중했던 사업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기 위해 선보인 롯데온(ON)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새로운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는 티몬 인수를 검토했던 만큼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여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성을 가진다.
신세계도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경쟁사인 쿠팡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신세계에게 위기다. 또 신세계의 물류센터 ‘네오’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지만, 쿠팡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시 이 회사가 구축한 동탄 물류센터를 활용해 배송 관련 투자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 기업인 카카오도 이베이코리아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아갔다. 특히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쿠팡을 제치고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또 최근 카카오 대표와 이베이코리아 관계자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연간 거래액은 25조원 규모로 단숨에 쿠팡을 소폭 상회해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카카오의 현재 보유 순현금은 약 3조원이며 자사주 2.8%를 포함하면 4조2천억원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MBK파트너스, 티몬의 최대주주인 KPR 등이 이베이코리아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현금보유에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욕심이 날 것”이라며 “어떤 곳이 되었든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완료되면 이커머스시장의 판이 새롭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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