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던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LG전자는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5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한다는 영업정지를 공시했다. 영업정지 시점은 오는 7월 31일이다.
이로써 LG전자는 1995년부터 시작한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한때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특색 있는 휴대폰으로 글로벌시장을 이끌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글로벌 휴대폰시장에서 3위에 오를 만큼 입지가 대단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비교적 늦게 진입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초콜릿폰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펫네임을 붙인 'LG 벨벳'과 폼팩터 혁신을 내세운 스위블폰 'LG 윙' 등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 원에 달한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 매각을 위해 베트남 빈그룹, 독일 폭스바겐 등과 접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인수 의사가 강하지 않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당초 기대하던 매각만큼은 아니지만 철수만으로도 수익성 개선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매각 후 현금 유입까지 생긴다면 가장 좋겠지만, 차선책인 사업 철수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며 "잔류 인력을 감안한 철수 시 적자 축소폭은 5천500억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되며, 적용 멀티플에 따라 4조~5조원의 기업 가치를 더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 직원들의 직무 역량과 LG전자 타 사업본부, LG 계열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 인원들의 의향을 우선적으로 고려,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효과적인 재배치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휴대폰 구매 고객과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사후 서비스도 충분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하고, 향후 사업 종료에 따른 거래선과 협력사의 손실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상을 위해 지속 협의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오랫동안 쌓아온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데 적극적 활용키로 했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인 만큼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간다.
특히 LG전자는 2025년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 사물, 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 시대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사업 체질 개선에 지속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오는 7월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한 바 있다.
아울러 LG전자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가전, TV 등 기존 사업은 고객 니즈와 미래 트렌드에 기반한 플랫폼, 서비스, 솔루션 방식의 사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객 접점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 앱, 가전관리 서비스인 LG 케어솔루션,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집약해 고객에게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새롭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한다.
신사업도 적극 키워나간다. 사내벤처, CIC(사내회사) 등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역량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적 협력 등도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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