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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李·朴 사면론 선 긋기…중도층 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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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대통령 고유 권한, 공식 요구하지 않을 것"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내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으로 술렁이는 가운데 지도부가 선 긋기에 나섰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4·7 보궐선거에서 확보한 중도·청년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23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사면은 대통령 권한이고 우리 당이 공식적으로 사면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 사면론 제기로 '도로 한국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것(사면)과 우리 당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는 결코 연결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직 대통령 사면·탄핵 불복 논란은 옛 친박계 서병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재점화했다.

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위법을 저질렀는지 보통 상식을 가진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튿날인 21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면서 당내 사면 논쟁이 가속화됐다.

국민의힘 복당을 노리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가세했다. 홍 의원은 전날(22일) 페이스북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과를 안고 더 나은 모습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생각을 해야지, 역사를 단절시키면서까지 집권을 꿈꾸는 것은 위선이고 기만"이라며 "부끄러운 조상도 내 조상이고 부끄러운 부모도 내 부모"라고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전직 대통령 과오를 공식 사과하기까지 했는데, 4·7 보궐선거가 승리로 끝나자마자 사면론을 띄우는 것은 당을 지지해준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취지다.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민들 보기에 '저 당이 이제 좀 먹고 살 만한가 보다'라는 인상을 주기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며 "당이 과거로 다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것 때문에 2030 지지자들이 저한테 굉장히 많이 연락해주셨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먼저 띄운 것 자체가 '전략적 실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의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에 굳이 야당이 나서서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이날 주 대행이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겠다"는 입장 정리를 한 것도 이같은 지적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아이뉴스24와 통화에서 "과거 촛불집회에 나갔던 유권자 중에는 보수, 중도도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 행위를 반성하기보다 합리화하는 경향이 짙다"며 "보궐선거 압승 요인인 중도층의 반응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사면·복권 여부는 야당의 부담이 아니라 여당의 부담"이라고도 했다. 이어 "현재 30%대인 정부 지지율로는 정권재창출이 힘들다. 중도를 잡기 위해 본인들의 관용과 포용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때 사면할 것"이라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이뤄질 수 있는데 야당이 먼저 꺼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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