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 A씨는 하루 8시간 동안 25m 상공 조종실에서 일한다. 크레인 아래 있는 컨테이너를 계속 바라보고 이어야 해 목디스크, 근육통 등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4명이 교대하며 일하지만, 힘들긴 마찬가지다. 그러다 최근 '5G 스마트항만'이 적용되면서 업무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관제센터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어서다. 크레인에 장착된 8대의 카메라가 5G로 상황 영상을 보내온다. 자동위치인식, 자동조향, 자동랜딩, 흔들림방지 기능도 있어 업무가 한결 수월해 졌다.
LG유플러스(대표 황현식)는 부산항만공사(사장 남기찬)와 함께 스마트항만 구축을 위한 5G 네트워크를 도입해 하역장비, 물류창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고 2일 발표했다.
◆ 부산항에 5G 구축...'스마트항만' 첫 발
LG유플러스는 항만의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어가는 스마트·자동화항만의 필수요소인 5G 기술을 부산에 도입,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항만 중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하역장비 등 항만운영에 적용하는 곳은 아직 없다.
컨테이너터미널에서 물류 흐름에 가장 큰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곳은 컨테이너를 쌓는 야적장이다. 부두에 들어온 수많은 배들이 내려놓는 수입 컨테이너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수출 컨테이너들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항만에서는 수많은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24시간 운영되고 터미널운영시스템(TOS)를 도입해 선적과 양하 스케쥴을 관리하고 있지만,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들은 수동으로 운영되고 있어 처리효율이 낮다. 또한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도 새로운 화물이 어떤 적재블록의 크레인에 배정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크레인에서 인력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크레인에서 추락하는 등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어 안전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터미널운영시스템과 연동된 원격제어 크레인을 도입하면 인력운영 효율성과 물류처리량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세계 유수의 항만들은 앞다퉈 스마트항만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선진항만의 컨테이너 터미널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중국 칭다오 항에서는 이미 5G와 모바일에지컴퓨팅(MEC)을 기반으로 크레인 원격제어를 진행해 항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글로벌 스마트・자동화항만 시장은 연평균 25% 수준으로 지속 성장해 2024년 52억7천200만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항만 자동화·디지털화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 스마트·자동화항만 시장은 2017년 1천억원 규모에서 2024년에는 4배 늘어난 4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해외 선진항만 대비 크레인, 야드트랙터 등 물류 장비 자동화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원격으로 크레인 제어...생산성 40%↑
기존 항만을 스마트항만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5G는 필수다. 원격제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유선망을 포설한다면 24시간・365일 운영돼야 할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을 일시 중지해야 하고, 광케이블로 인해 크레인의 작동반경이 제한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반면 무선네트워크인 5G를 이용하면 별도의 공사 없이 원격제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므로 야적장의 운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5G를 통한 항만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19년부터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서호전기, 고등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R&D 과제를 통해 신감만부두에서 야드크레인 원격제어를 위해 5G 네트워크를 적용, 검증을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크레인 원격제어에 사용할 5G 네트워크와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을 준비했다. 이를 통해 각종 하역장비의 자동화에 활용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벤처기업 쿠오핀에 지분투자를 통해 확보한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은 초고용량 영상을 최대한 압축시켜 지연시간을 최소화하는 5G 원격제어 서비스에 필수 아이템이다. LTE를 이용할 때에 비해 영상전송 시간을 84%가량 단축할 수 있다.
5G 기반으로 원격제어하는 크레인은 항만 작업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컨테이너를 옮기기 위해 작업자가 25m 상공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장시간 조종해야 했다. 한 명의 작업자가 한 대의 크레인만을 제어할 수 있고 조종석의 시야각 제한으로 컨테이너를 3단까지만 쌓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5G 크레인 원격제어를 이용하면 작업장에서 떨어진 안전한 사무실에서 조종사 1명이 3~4대의 크레인을 제어할 수 있고, 작업자가 없을 때 이동이 편한 위치로 컨테이너를 미리 배치해 놓을 수도 있다. 또한 컨테이너를 4단 이상 적재하는 등 생산성이 40% 이상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향후 부산항 신선대터미널과 광양항에 확대 구축하고, 5G를 기반으로 물류창고의 3방향 지게차와 무인운반차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자동화된 노후 장비를 오래 사용해 운영기간도 늘릴 수 있고, 작업자가 퇴근한 시간에는 자동으로 다음날 배송할 물품을 전방에 배치해 작업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아울러 5G통신과 자율주행 야드트랙터,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사물인터넷(IoT) 센서 및 드론 등과 같은 솔루션을 접목해 스마트항만 기반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자동화항만과 같은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을 필두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모빌리티 ▲스마트시티·산단 등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5G 기업간거래(B2B) 4대 신사업분야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상무)은 “LG유플러스의 5G 기술을 부산을 포함한 국내항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협력사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2026년까지 25조원에 육박할 5G B2B 시장에서 LG유플러스만의 경쟁력을 키우고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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