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급부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나홀로 성장을 이뤘다.
쿠팡 조차도 패션만큼은 점령하지 못했을 만큼 기반도 탄탄하다. 비결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이들의 충성도는 상당하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MZ세대 놀이터'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자 패션 플랫폼을 품으려는 유통·IT 대기업이 연이어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단 인수가 효율적이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무엇보다 패션 분야는 유행에 민감해 진출이 쉽지 않은데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충성도 높은 MZ세대를 공략할 수 있다.
◆ 패션시장 코로나 타격 속에 온라인 패션 플랫폼 나홀로 성장
2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대비 2% 감소한 40조8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과 LF 등 대형 업체들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반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나홀로 고공 성장을 이뤘다. 무신사(1조2천억원), 지그재그(7천500억원), 에이블리(3천800억원), W컨셉(3천억원), 브랜디(3천억원) 등 빅5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거래액은 3조원을 넘겼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이 옷을 사지 않는다'는 업계의 푸념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특히 1위 무신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51% 증가한 3천31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조5천억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유통 대기업 신세계의 시가총액(2조8천억)과 맞먹는 수준이다.
비결은 MZ세대를 사로잡은 데 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10대와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앱 순위에서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30대 이상에서 순위권에 든 11번가, G마켓, 위메프 등을 제쳤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정판 및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뒀다. 콘텐츠도 적극 활용했다. 자체 룩북과 스타일링 방법 등을 제안한다.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패션에 대한 관심사를 확립시키는 역할을 자처했다. 이를 위해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은 패션 잡지의 에디터들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3세대에서 4세대로 진화하며 파편화된 시장이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제품을 추천해주는 부분으로 까지 발전했다. 간편한 결제 시스템으로 주문과 구매, 결제 과정을 대폭 축소하며 편의성까지 고도화를 이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요인이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 유통·IT 대기업 "온라인 패션 플랫폼 인수하라"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고공 성장을 이루자 이커머스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유통·IT 대기업들이 이들을 품고 나섰다.
신세계는 W컨셉 인수를 통해 패션 채널 확장에 성공했다. SSG닷컴은 지난달 1일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각각 보유한 W컨셉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 매매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2천억원 후반대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W컨셉 인수 후에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존 인력을 그대로 승계하고, 플랫폼도 현재와 같이 별도 이원화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카카오도 지난달 14일 지그재그와 손을 잡고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지그재그 운영사인 크로키닷컴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카카오는 향후 자사의 기술력 및 사업 역량과 지그재그가 보유한 패션 빅데이터를 결합해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패션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여성 패션 플랫폼 29CM도 올해 매물로 나올 예정으로 CJ오쇼핑과 무신사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패션 플랫폼 인수를 통해 노리는 것은 미래 고객 확보와 패션 품목 강화에 있다. 패션 분야는 유행에 민감해 진출도 쉽지 않은데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인수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패션 분야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시장으로 꼽힌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의 거래액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쿠팡 무풍지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패션 플랫폼 인수를 통해 MZ세대 빅데이터 확보를 기대할 수도 있다. 미래 핵심 소비 세대로 불리는 이들을 인수를 통해 대거 유입시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기업 마케팅 전략 수립에 꼭 필요하다"며 "패션 상품은 다른 상품군과 달리 디자이너 인력이나 브랜드 명성, 유행의 민감성 등이 중요해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기업과 손을 잡은 패션 플랫폼들이 향후 국내 패션 시장 구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대기업의 자금력, 사업 노하우가 패션 플랫폼의 빅데이터와 결합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 인수를 통해 MZ세대 소비 데이터를 확보한 대기업의 행보에 따라 패션 업계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패션 플랫폼 인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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