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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 5건이나 발의…의료계만 반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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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의료기관에서 보험금 청구 대행 부당…개인정보 유출 위험"

서울의 한 병원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병원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면서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히 변수로 남은 상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5건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국민 불편 가중되자 야당 의원도 보험업법 개정안 대표 발의

지난 7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 다섯 번째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요양기관에 청구서류 전송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서류 전송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국회에서 다시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힘을 보탰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 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약 3천900만명이 가입돼 있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국민 일상과 밀접한 보험 상품이지만 보험금 지급 과정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가입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우편·팩스·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로 인해 보험금이 소액인 경우에는 아예 보험금 청구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를 차지했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건이 95.2%에 달했다.

이에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후부터 청구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12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만큼은 국민 편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도 법안을 발의하면서 정무위 내 여야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 금융당국도 힘 보탰지만 의료계 반발 여전…업계 "국민 편의가 우선돼야"

당국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올해 5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선정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에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권고한 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며 "더 이상 미루기에는 국민들께 송구스럽고,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이 민간 간의 계약임에도 의료기관에서 보험금 청구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가입자의 불편을 개선하는 것은 보험사가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 막대한 부담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고, 환자가 아닌 보험사에 의료기록을 전달하는 것은 의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의료계는 보험사들이 국민 편의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실손 보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편의를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법안"이라며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대승적인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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