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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상속세 폭탄에 경영권까지 흔들…배당·대출 '영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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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등 천문학적 상속세 납부…"세계 최고 과세율 낮추고 주식 할증평가 폐지해야"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재계 총수들이 대규모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거나 배당금, 대출 등으로 재원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과도한 상속세 탓에 오너일가의 곳간이 흔들리면서 경영권 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3일 삼성가 유족들이 고(故)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을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한 내역을 공시했다. 이와 함께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공익재단 이사장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한 금융권 대출 규모도 밝혔다.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의 대출 규모는 상속세 1차 납부액 2조원의 80%가 넘는 1조7천201억원이다. 홍 전 관장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한국증권금융, 메리츠증권 등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약 1조원 가량을 빌렸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담보로 하나은행과 한국증권금융에서 3천33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서현 이사장은 물산 지분을 담보로 3천400억원을, 삼성SDS 주식으로도 471억원을 각각 대출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아이뉴스24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아이뉴스24 DB]

이 부회장의 대출 내역은 이번에 빠졌지만, 이 부회장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금융권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시중 은행 두 곳에서 각각 2천억원씩 총 4천억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이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의결권 있는 주식 삼성전자 주식 4천204만 주(0.7%)를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한 납세담보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도 같은 날 이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27일, 29일 등 3일에 걸쳐 삼성물산 주식 3천267만 주(17.49%)를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다고 공시했다. 이 부회장은 물산 지분 17.49%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 상속세를 위해 물산 주식 모두를 공탁했다. 또 삼성SDS 주식 711만주(9.20%)도 지난달 26일 법원에 상속세 연부연납 담보로 제공했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지분 2천412만 주(0.40%)를 공탁했다. 이부진 사장도 삼성물산 지분 2.82%, 삼성SDS 3.90%를 지난달 26일 법원에 공탁했다. 같은 날 이서현 이사장 또한 삼성물산 2.73%, 삼성SDS 3.12%의 주식을 각각 공탁했다.

앞서 삼성가 유족들은 지난달 28일 총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5년간 6회에 걸쳐 분납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납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부연납을 위해서는 과세 당국에 지분 일부를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지난달 30일에는 1차분을 납부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대규모 상속세를 매년 납부하기 위해 배당금,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하고 있다. 구 회장이 지난 2019년 11월 ㈜LG 주식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이자율 2.1%로 850억원을, 지난해 2월 대신증권을 통해 2.26%의 이자율로 30억원을 대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구 회장은 (주)LG를 통해 몇 년 새 연봉을 크게 올려 상속세 재원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주)LG로부터 총80억800만원을 받았다. 이는 2019년 53억9천600만원보다 26억1천200만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 외에 (주)LG 최대주주인 구 회장은 급여 외에도 약 688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는 2019년 569억원보다 20.9% 늘어난 규모다.

앞서 구 회장 등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상속인들은 지난 2018년 11월 말 (주)LG와 LG CNS 지분 등에 대한 상속세 9천215억원을 신고한 바 있다. 구 회장은 7천161억원의 상속세를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납부키로 해 매년 1천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고 있고, 2018년부터 3차에 걸쳐 3천600억원을 납부한 상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별세한 고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계열사 지분과 토지 등을 상속받은 신 회장 등 유족이 내야할 상속세는 약 4천500억원이다. 롯데일가도 상속세 부담이 커 결국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했다.

지난해 공시에 따르면 신 회장은 2020년 7월 말 남대문 세무서에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 지분을 담보로 맡겼다. 당시 주가로 환산하면 총 260억원 규모다. 계약기간은 2025년 7월 말까지로 일부는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5년 분할 납부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전 이사장의 경우 롯데물산의 유상감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또 신 전 이사장 역시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했다. 신동주 회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조 단위 현금이 있는 만큼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전체를 롯데지주에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27일 신 회장이 가진 롯데케미칼 주식 9만705주(0.26%)를 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매입 금액은 주당 27만7천500원으로 총 251억7천만원이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 25.59%를 갖게 됐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42.62%를 갖고 있다.

한진그룹도 상속세가 수천억원에 달해 주목 받았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범 한진가 5남매는 지난 2018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산과 관련해 2천700억원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또 한진가 역시 1차로 45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분할납부하기로 한 상태로, 조 회장은 지난해 7~8월 두 차례에 걸쳐 400억원을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하기도 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최근 3개월 동안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주식 21만여주를 매도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10억원어치로, 상속세 재원 마련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2018년 이후 수년째 무직 상태인 조 전 부사장이 600억원대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꾸준히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지만 무직 상태인 탓에 2.51%에 이르던 금리는 최근 6.8%까지 뛰었다.

신세계그룹은 모범적인 증여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2006년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을 때 현물(주식)로 증여세를 납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증여일 전후 두달간 종가 평균을 적용한 최종 증여세는 정 부회장 1천917억원, 정 총괄사장 1천45억원 등 총 2천962억원 규모다. 이에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5년간 증여세를 나눠서 내기로 한 상태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정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140만 주(5.02%)를 분당세무서에, 신세계는 정 총괄사장이 보유 주식 50만 주(5.08%)를 용산세무서에 각각 납세담보로 제공했다.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이처럼 재계 총수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워낙 높아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가 적용된다. 주식은 고인이 대기업 최대 주주이거나 최대 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세율이 60%로 높아진다.

만약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지닌 회사를 운영했던 창업자가 한국에서 기업을 물려줄 경우 자녀가 갖게 되는 기업 가치는 4천억 원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오너 3세가 물려 받게 되면 1천6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결국 두 번의 상속 과정을 거치면 1조원 중 84%가 정부의 몫이 된다.

이로 인해 기업 경영권은 상속되는 과정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우현 OCI 부회장의 경우 지난 2017년 부친 이수영 회장이 타계하며 물게 된 상속세가 1천900억원으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한 탓에 3대 주주로 내려앉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주식 차입으로 최대주주로 복귀는 했지만, 지분이 5%에 그쳐 경영권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과도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최고 세율로 단순 비교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 다음 네번째지만, 벨기에, 프랑스 등은 가족에게 상속할 경우 각각 30%, 45%를 우리나라보다 낮은 세율로 적용한다. 결국 명목상 최고 세율은 일본에 이어 2위다.

재계 관계자는 "거액의 상속세 부담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받고 있다"며 "이미 생전에 소득세 등으로 과세한 재산에 대해 또 다시 상속세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높은 상속세율과 더불어 자녀 상속 시 기업승계지원 제도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불리하다"며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인 25% 수준으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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