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한 네이버 직원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네이버 노동조합과 사측이 다음주 나란히 진상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한다. 노조가 향후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네이버에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태와 엮인 네이버 고위 임원과 관련해 회사 측에서 발표할 징계 수위가 주목된다.
25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28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시행했던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네이버는 차주 중으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를 사내 공지할 예정이다.
네이버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A씨가 처했던 상황과 관련한 추가적인 정황을 더 밝힐 전망이다. 이와 함께 회사 측에 향후 이 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는 "조사 과정에서 2년 이상 과도하고 무리한 업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인을 포함한 수많은 조직원이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경영진과 인사 시스템은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이를 묵인, 방조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를 비호해 온 정황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죽음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묵인한 사고이기에 이는 업무상 재해"라고 강조했다.
앞서 네이버 노조는 지난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A씨가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 없는 과도한 업무량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무리한 업무지시 및 정신적 압박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와 묵인 등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A씨의 상사였던 임원 A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행위에 대해 지적했다. 임원 A는 A씨에게 지위를 이용해 수차례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담당이 아닌 업무를 주거나 타 직원 앞에서 대놓고 모멸감을 주는 면박 및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잦았다. A씨의 연봉, 인사평가, 스톡옵션 등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물론 다수의 직원들이 최 COO에게 임원 A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임원 A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도 속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지난 3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회의에서도 임원 A를 책임리더로 선임하는 것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원론적인 답변이 나오는 데 그쳤다. 노조는 "임원 A 이외에도 이를 막기 위한 수많은 요구를 묵살한 경영진과 회사의 잘못 역시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에 회견 직후 고용노동부에 회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고, 조사가 끝난 이후 회사가 노조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인의 사내 메신저 및 사내망 접속 이력, 임원 A의 임원 선임 검증 절차 등 회사가 각종 정보를 노조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노조의 이 같은 제안을 거부했다. 개인 정보 및 회사 기밀 유출 등의 이유를 들며 노조 측에 관련 자료를 공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사외이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외부 노무법인 등 전문기관에 의뢰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관련 자료들도 넘겨받았다. 이달 말 조사 결과 발표가 유력하다.
네이버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A씨의 극단적 선택과 연관된 임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징계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최 COO, 임원 A를 비롯한 4명이 임시 직무정지 조치를 받았다. 네이버 측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으로 조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빠르면 이달 말 사내에 조사 결과가 공유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이날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고용노동부의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기간은 2주 연장된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안 장관은 "사내 메신저 기록이랄지 이런 부분에 대해 디지털 증거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느냐"라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네이버가 지난 5~6년간 정기근로감독 대상에서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네이버는 일자리 기업으로 선정돼 정기근로감독에서 면제돼 왔다"며 "특별감독으로 한 점 의혹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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