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이 LG그룹의 흔적을 지우고 자산 규모 8조원대, 재계 50위권에 안착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난 5월 LG그룹에서 인적분할한 후 계열 분리 작업을 진행 중인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을 주축으로 삼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친환경·디지털·헬스케어 등 신산업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직까지 기대하진 않는 눈치다.
1일 증시에서 LX홀딩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4% 하락한 1만1천200원에, LX홀딩스1우 주가는 250원(1.29%) 줄어든 1만9천200원에 마감됐다. LX홀딩스의 자회사들이 이날 사명을 모두 'LX'로 교체하며 그룹의 공식 출범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LX홀딩스의 주가는 지난 5월 27일 시초가 1만2천650원에서 이날 기준 11.5%나 하락했다. 초반에는 1만4천300원까지 치솟았으나 분할 이후 미래 먹거리 준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 경영 체계를 구축한 구 회장이 신사업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다만 스왑전 주가 약세가 일반적이라는 인식도 있는 만큼, 구본준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지분 스왑 후에는 주가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X홀딩스의 인적 분할에 따라 현재 구광모 LG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15.95%를, 구본준 회장은 LG 지분을 7.72%를 갖고 있다. LX그룹의 완전한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두 회장의 지분 정리가 필수로, 구본준 회장이 남은 LG지분을 정리해 3% 이상으로 낮춰야 계열분리가 이뤄진다.
LX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지분 정리 방안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두 회장이 보유 중인 상대 회사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2005년 GS가 LG에서 분리될 때도 LX홀딩스와 같은 인적분할을 택했고, 주식 재상장 이후 주식 맞교환을 통해 지분 정리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LG 주가가 내려가고 LX홀딩스 주가가 올라가 지분가치 격차가 줄면 계열분리가 한층 쉽겠지만 현재로선 두 회사의 규모 차이가 워낙 커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두 회사의 주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당장 스왑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LX인터내셔널, 그룹 '캐시카우'로 우뚝…판토스 IPO 기대감 ↑
이처럼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선 LX홀딩스가 올 연말께 큰 폭의 상승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그룹의 성장 동력이 될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이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LX그룹의 지주회사격인 LX홀딩스는 LG에서 LX로 간판을 바꾼 상사·판토스·하우시스·세미콘·MMA 등 5개사를 자회사(손자회사 포함)로 두고 있다. 이 중 LX인터내셔널로 간판을 교체한 상사는 그룹의 구심점이 돼 신사업 육성에 가장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LX인터내셔널은 2차전지와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를 비롯해 헬스케어, 디지털 등 유망 사업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주총에선12년 만에 친환경, 디지털, 전자상거래, 의료서비스, 관광업 등 7개의 사업목적을 추가하면서 사업 확장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맞춰 최근에는 신사업을 추진할 투자기획 전문가 충원에도 나선 상태로, 향후 M&A 및 자회사 기업공개(IPO) 등에도 활발히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X인터내셔널은 신규 사업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 니켈광 개발 사업을 선언해 눈길을 끈다. 니켈은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로, 그동안 석탄 사업이 중심에 있었지만 향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고려할 때 니켈광 개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전망이다.
또 LX인터내셔널은 의료·보건 분야 관련 사업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한국산 진단키트를 확보해 인도네시아에 기부한 것이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둔 계기가 됐다. 이에 의료기기 트레이딩을 비롯해 관련 스타트업 인수합병(M&A) 등 다방면에 걸쳐 사업 확장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자금도 충분하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LG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 매각(약 3천600억원)과 자원사업 부문의 동광사업 등을 매각하면서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LG상사 자회사인 판토스는 최근 이커머스 물류 시장에 진출했다. 자체 이커머스 물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이달 중순부터 서비스에 들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LX 측이 판토스의 IPO를 추진해 모회사인 LX인터내셔널의 신사업 투자에 자금을 댈 것으로 보인다"며 "구본준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지분 스와프가 연내 완료되고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가 마무리 되면 판토스 IPO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LG상사 전체 영업이익 중 물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을 정도로 판토스의 입지가 커졌다"며 "판토스의 실적 추이를 감안하면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 LX세미콘·MMA, 시장 기대감 '쑥'…하우시스, 수익성 '고민'
반도체 설계(팹리스)회사인 LX세미콘도 LX그룹을 이끌 한 축으로 꼽힌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LX세미콘은 국내 반도체 설계업체 1위로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LX세미콘의 그룹 내 존재감은 크다. 구 회장은 지난 19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한 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두루 거쳤고 미국 최대 통신기업인 AT&T에서도 일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역량을 집중할 거란 기대감을 모은다.
업계에선 LX세미콘이 LX그룹 편입 이후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리고, 전장과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 동력 확보로 성장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LED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시장 내 점유율이 상승하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웍스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시켜 나가며 오는 2022년에도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OLED DDI 시장 내 점유율 2위인 매그나칩의 2021~2022년 평균 PER(주가이익비율)이 23.9배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시장 내 점유율 상승은 실리콘웍스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고운 KB증권 연구원은 "LX그룹의 편입으로 신규 사업 추가가 가능해져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의 중장기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 화학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회사 MMA 역시 지난해 매출 5천422억원, 영업이익 775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로, LX그룹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곳은 도료나 투명플라스틱 등 산업용 소재에 쓰이는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X홀딩스의 비상장 자회사인 LG MMA는 가격상승에 따라 재평가가 가능하다"며 "다만 현실적으로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 적용해도 NAV가 2조원에 닿기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실적을 확인해가며 재평가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LX하우시스에 대한 성장성은 다소 부정적이다. 실적 부진의 주범인 자동차소재 부문의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형 성장이 멈춘 데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건축자재 부분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X하우시스가 건축자재 부문에서 안정적 수익을 기록했지만, 자동차소재 부문에선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해 전체적으로는 성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며 "사업 다각화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LX 측은 이날 계열사 사명 변경 소식과 함께 LX하우시스의 신사업 계획도 함께 알렸다.
LX홀딩스 관계자는 "LX하우시스는 올해 B2B(기업 간 거래)를 뛰어넘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분야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커지고 있는 프리미엄 인테리어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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