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경이 기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년 전 일본이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주문했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박 수석은 1일 ‘대통령의 결단, 소부장 독립운동’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년 전의 일이다”라며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기습적인 수출규제로 경제위기감과 반일감정이 동시에 끓어오르고 있었다. 당연히 청와대는 분주했고 모든 단위의 회의는 긴장과 토론이 벌어졌다. 그 결과 대통령 메시지의 방향이 잡혔다. 국민적 분노와 다르게 청와대와 정부의 의견은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해결’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이었지만 결국은 정면 대응을 피하는 길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다수의 참모들의 의견에 따라 대통령께 메시지 초안이 올라갔다”며 “전체적인 대일관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방향은 확실하게 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갈림길이었고 나아가서는 소부장 수출규제를 촉발한 위안부 판결문제로 들어가 역사문제에 대한 우리 원칙과 자세로까지 이어질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다수 참모들의 의견이 반영된 메시지 초안을 본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은 ‘침묵’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참모들은 대통령의 침묵이 ‘대단한 분노’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드디어 얼마간의 침묵 끝에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불려갔고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대통령의 말씀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바둑 둘 줄 아십니까? 바둑을 둘 때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이 문제를 다루면서 지금이 바둑의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까? 나는 지금이 소부장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승부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메시지를 건의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다고.
박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화법과 스타일을 생각하면 예상했던대로 엄청난 질책이었다”며 “'이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면 영영 기술독립의 길은 없을 것’이라는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과 강력한 의지가 참모들에게 전해졌다. 그렇게 2년 전 ‘소부장 독립운동’의 방향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소부장 독립은 ‘반일’과는 다른 우리 산업과 경제 ‘국익’”이라며 “산업경제적 예속을 벗어나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이루려는 노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결단과 참모들의 머뭇거림의 차이는 국민에 대한 믿음의 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도 자신의 결단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왜 마음에 걸리지 않았겠는가”라며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함께 이겨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두려움을 이겨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어 “아직 가야 할 길과 극복할 과제는 남아있지만 소부장 독립운동은 성공적으로 현재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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