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깜깜이' 방식으로 산정한 '음악저작물관리비율' 현실화를 위해 업계, 학계, 법조계가 머리를 맞댔다.
음악 저작권신탁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 등으로 복수 체제가 됐지만, 여전히 음저협은 방송사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이용하는 97% 음원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관리비율 적용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조계는 투명한 저작권료 산정을 위한 정산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고, 학계와 업계도 제작단계 음악큐시트 확보를 통해 방송프로그램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계는 음저협의 권리남용을 규제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6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방송프로그램의 음악저작물 관리비율에 관한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김경숙 상명대 교수의 사회로, 이철남 충남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종합토론에는 김민아 법무법인 시헌 변호사, 안재형 SBS 법무팀장, 황경일 케이블협회 PP저작권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우선, 이들은 지난달 13일 음저협이 KBS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사용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음저협이 1심에 이어 패소하는 2심 판결이 나온 것에 주목했다.
해당 소송 핵심 사항은 음저협이 주장하는 음악저작물관리비율로,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은 '이용자(방송사·PP)가 이용하는 총 음악저작물 중, 협회의 관리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과거 음저협과 지상파 3사는 저작권 소멸곡 및 비신탁곡 비율 등을 고려해 음악사용료율, 조정계수 등과 연계해 최종적인 저작물사용료 총액을 정하면서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을 97%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가 출범하면서 음저협, 함저협 복수 신탁단체 체제가 되자, 지상파는 음저협에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의 조정을 요구했으나 음저협은 그 요청을 무시하고 KBS, MBC를 상대로 저작권사용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 2심 모두 KBS와 MBC 손을 들어줬다. 재판과정에서 KBS, MBC에서 사용한 음저협의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이 97% 미만으로 확인된 것. 특히, MBC의 경우 2심에서는 1심보다 더 낮은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이 인정됐다.
안재용 SBS 법무팀장은 "지난 2014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가 출범에 따라 음저협·함저협 복수 신탁단체가 체제가 되자, 방송사는 당연히 관리비율을 각각 도출하고 새로 적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음저협은 여전히 97%를 주장했고, 관리비율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저작물 사용료 청구 소송이 진행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결과로 보면 음저협 주장보다 낮은 관리비율이 인정됐다"며 "그러나 KBS와 MBC가 그간 높은 관리비율을 적용해 지급한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SBS의 경우는 또 어떻게 되는지 논의가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향후 계약에서 음저협이 무리한 주장을 하지 않을 토대를 마련했다고 본다"며 "저작권 사용료를 늘리려고만 하지 말고,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팀장은 "음저협이 국내 음악의 대다수를 관리하는 신탁단체임을 분명하나, 권한과 권리를 합리적이지 않게 행사한다면, 권리남용·신의칙 위반을 따져 규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97% 내놔' 음저협 강요 여전…저작권법 개정으로 권리남용 규제 해야
이런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황경일 케이블TV방송협회 PP저작권실무위원회 위원장은 '상황이 개선된 부분은 없다'고 지적했다.여전히 음저협은 PP들에 97% 음악저작물관리관리비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자, 케이블협회 PP저작권실무위원회는 음저협도 방송사처럼 정부로부터 일정기간 사업 운영 경과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황경일 위원장은 "음저협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관리비율 97%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이와 다르다"며 "음저협은 지난해 12월 케이블협회 회원사에 해당 97%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음악을 이용하지 말라고 했으며, 이용하면 형사소송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게다가 일부 회원사는 음악 사용 명세를 제공하기 위해 큐시트를 수기로 작성해 보여줘도 음저협은 해당 큐시트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음저협은 관리비율을 현실화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황 위원장은 "음저협은 현재 권리남용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단체를 컨트롤 할 법적인 규제가 없다"며 "지상파·홈쇼핑·보도 채널은 주기적으로 정부 재승인을 위한 평가를 받고, 또 일부는 재승인 조건을 부과받기도 하는데, 음저협은 출범 승인 이후 단 한 번도 이러한 절차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음저협은 자신이 진정한 권리자로 오인하고 있고, 위탁자의 의사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이에 신탁단체에 대한 재허가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민아 법무법인 시헌 변호사는 투명성이 담보된 '저작권료 정산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저작권료 정산을 위한 시스템이 개발"이라며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저작권료를 정확히 정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된다면 '관리비율'개념은 더 필요가 없을 것이고 이를 둘러싼 논란도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이 정립될까지 '관리비율'개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 방송프로그램 제작자 입장에서는 큐시트 작성에 더 주력해야 한다"며 "실무적으로 편리한 작성이 가능하도록 작성 체계를 만들고 사용된 음악이 집중관리 중인 음악인지 아닌지 어느 단체가 관리하는 음악인지 분류, 집계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관리비율'로 인한 문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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