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달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4천억원에 인수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네이버에 이어 옥션과 지마켓을 품은 신세계가 순식간에 업계 2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나온 성수 본사 매각설에 대해 일단 부인한 상태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에 대해 "시간 문제"라고 평가한다.
◆ 이마트, 갑작스런 성수 본사 매각설 왜?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성수 본점에 대한 매각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공시에서 "보유자산의 효율화를 다각도로 검토해왔으나 본건과 관련해서는 현재 확정된 바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가 본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면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해 '승자의 저주'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베이 측은 이베이코리아 매각대금으로 5조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신세계는 이보다 낮은 3조원대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고 외부적으로는 이 금액마저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고평가 인수 분석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히면서 현재의 이베이코리아가 아닌 이마트와 결합된 이베이코리아의 미래를 볼 것을 주문한 상태다.
정 부회장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이마트에는 당장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결정 이후 글로벌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마트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고 그 이유로 "인수비용이 양사의 시너지보다 클 것" 전망했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마트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밝히며 "이마트는 대규모 투자로 향후 1~2 년 동안 금융 레버리지가 약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마트 본점 매각설이 구체화 되면서, 신세계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3월 말 기준 1조637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이중 금융자산은 2천330억원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가격 중 약 37%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최근 가양점 매각으로 6천820억원, 남양주 부동산 처분 자금 등을 더하면 2조3천억원대의 여유는 있다.
그럼에도 이베이코리아 매각금액이 3조4천억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여전히 1조원대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신세계 측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해 여러곳의 은행 등으로부터 투자확약서와 대출의향서를 받은 상태라고 밝혔지만 아직 확정된 투자는 없어 신세계 측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부동산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려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 금액이 높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에도 시너지를 위해서는 또 다른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데, 이는 자칫 유동성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에 인수 의향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 유통가, 부동산 지금이 고점…처분 중
이마트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는 부동산 처분 바람이 분다. 현재 부동산이 고점이라는 판단과 향후 금리 인상 등에 대비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커지는 이커머스 시장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롯데그룹도 지난 5월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보유 지분 전량(15%)을 롯데물산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만 8천313억원이다. 지난해에는 롯데백화점 일부와 아울렛, 마트 등 6곳의 부동산을 매각하며 7천342억원을 확보했다. 홈플러스도 안산, 대전, 대구, 울산 등의 지역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1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부동산 매각 자금을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신 자사몰인 롯데온 집중과 이커머스 관련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앞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판단에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사를 철회 한 후 열린 2021년도 하반기 VCM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사업 발굴과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불참을 선언한 후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내부망에 올린 메시지와도 일치한다.
강 부회장은 당시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의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양보다 고부가 가치 사업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두고, 승자는 오직 이베이코리아 뿐이라는 말이 흘러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너무 비싼 가격에 인수를 했다고 평가받고, 롯데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놓치면서 당분간 이커머스 시장에서 신세계를 뒤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실패 이후 상위 3개(NAVER, SSG.COM, 쿠팡)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거래액 차이가 3배 이상 벌어졌다"며 "이커머스 침투율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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