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1987년 문을 연 용산 전자상가는 1990년~2000년대 호황을 누리며 한때 전자제품의 '성지'로 불리곤 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점점 용산 전자상가를 찾는 발걸음이 끊기고 있다.
단순히 유통구조 변화에 따라 침체된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폭언, 바가지 씌우기 등을 일삼는 일부 상인들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졌고, 건물 노후화 등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겹쳤다.
반면 전자랜드는 용산본점을 리뉴얼하고 매장을 추가로 신설하는 등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이달 15일 용산에 2호점(타이푼)을 오픈했다. 지점명은 태풍 같은 초특가 세일이라는 콘셉트를 담아 정해졌다.
전자랜드는 이미 같은 건물에 파워센터 용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파워센터 용산점은 1층 단층으로 구성돼 공간이 제한적인데, 규모를 키워 고객들의 체험과 구매를 확대한다는 의도로 읽힌다.
◆ '체험형 매장' 확대하는 전자랜드…소형가전에 차별화 전략
전자랜드 타이푼은 1~2층 규모로, 총 면적은 1천 평에 달한다. 1층은 IT·모바일,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2층은 삼성전자·LG전자 등 브랜드관과 대형가전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캠핑존이다. 캠핑존 천장과 벽면 등을 초록빛으로 꾸며 일반 매장과 달리 실제 캠핑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 외부에 캠핑카를 전시한 것은 물론 내부에는 캠핑용의자부터 테이블, 캠핑용 조리도구 등 다양한 용품들이 진열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캠핑존은 오는 8월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다. 오픈을 기념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늘어나는 캠핑 수요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형가전존도 진열 방식에서 차별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가전 양판점에서 소형가전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확인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전자랜드 타이푼에선 소형가전 옆에 제품 특징 등을 담은 설명을 함께 둬 제품을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소형가전제품 위에 모니터를 뒀다는 점도 차별적인 요소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홍보 영상을 통해 제품의 특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모니터에 가격을 큰 글씨로 띄워놔 멀리서도 쉽게 가격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다만 2층 매장을 둘러볼 때는 아쉬움이 들었다. 1층은 공간이 다른 상점과 분리된 느낌이 든 반면 2층은 혼재돼 있어 가전제품을 보는 데 집중도가 떨어지는 듯했다.
특히 밀레와 같은 프리미엄 가전이 진열된 곳 뒤로 옛날식 상점이 있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소형가전이나 아기자기한 물품을 판매하는 것이라면 다른 상점과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프리미엄 제품과는 분위기가 맞지 않아 보였다.
◆ 전자랜드, '상권 살리기'에 다양한 노력 전개
전자랜드가 몰락하고 있는 용산 전자상가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매출 확대뿐만 아니라 '상권 살리기'라는 목표도 담겨있다. 전자랜드는 이전부터 침체된 용산 전자상가 상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전자랜드 용산 본점이 국내 1호 가전양판점인 만큼 용산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로봇 페스티벌'을 꼽을 수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 2018년 8월 '용산 로봇 페스티벌'을 개최한 바 있다. 용산을 로봇 신유통 메카로 만들겠다는 목표에서다. 또 2019년 10월에는 'DJI 로보마스터 체험 행사', '전자랜드배 드론팡 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 4차산업 관련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랜드를 제외한 원효상가·선인상가·나진상가 건물들은 모두 과거에 머물러 있다. 건물 외관에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졌고, 내부 시설도 낙후됐다.
상가를 돌아다녀봐도 상점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을 찾긴 힘들었다. 평일인 데다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대부분 상가를 돌아다니는 동안 손님을 찾기란 힘들었다. 소비자의 방문이 뜸한 듯 일부 매장은 소비자를 응대하기보단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매장을 비워두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가 용산 도시재생을 위해 적극 나서는 듯했지만, 이 역시 시장 교체 등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용산구는 올해 말을 목표로 전자랜드부터 나진상가 사이 청파로 830m 구간의 보도블록 포장과 보행 지장시설 정비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용산에 파워센터가 있음에도 2호점을 낸 것은 매장을 확장시키려는 것을 넘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용산을 전자제품의 메카로 자리 잡게 하고 싶은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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