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이커머스 '버티컬 플랫폼'(특정 분야에 특화된 플랫폼)의 '탈(脫) 버티컬'이 대세다. 'MZ(밀레니얼+Z)세대 놀이터'라 불리는 패션 플랫폼들이 비(非) 패션 분야로 취급 영역을 넓히고 나선 것이다. 그간 확보한 2030 소비자를 기반으로 이종 판매를 늘려 규모 확대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TV팔고 건기식 파는 패션 플랫폼
16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W컨셉·에이블리·카카오스타일(옛 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들이 최근 상품 취급 영역을 넓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무신사는 삼성전자의 TV·에어컨·냉장고 등 대형가전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 상품만 170여개에 달한다. 이 뿐만 아니다. 골프클럽과 건강기능식품도 취급하고 있다. W컨셉은 지난 5월 SSG닷컴에 인수된 이후 첫 행보로 삼성 비스포크 라인업을 입점시켰다. 또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선보였다.
지난달 99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에이블리도 뷰티로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올 3월 코스메틱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와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다양한 뷰티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가 인수해 지난 1일 출범한 카카오스타일도 비슷한 전략을 택했다. 패션 뿐만 아니라 뷰티, 리빙 등 스타일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이달 무신사의 인수를 통해 무신사 계열이 된 29CM도 뷰티 콘텐츠를 키우고 있다.
◆ 종합몰 변신 꾀하나…'정체성 흔들' 우려도
먼저 버티컬 플랫폼의 공격적인 영토 확장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 변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W컨셉, 지그재그, 29CM 등 일부 패션 플랫폼들은 최근 대기업이나 타 플랫폼과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기존 플랫폼들이 패션 영역에만 집중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룬 이들과 경쟁하기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전문몰은 시장이 한정돼있는 만큼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 고객이 MZ세대라는 점도 자연스레 카테고리를 확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뷰티의 경우 패션과 공통 분모가 많은데다, 패션 플랫폼 소비자 대부분이 2030 여성이라는 점에서 뷰티 브랜드들에겐 매력적인 판매 채널로 꼽힌다. 실제 패션 플랫폼들이 뷰티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는 뷰티 브랜드들의 꾸준한 입점 요청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몸집 불리기도 카테고리 확장의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리빙과 가전 등의 카테고리는 패션에 비해 상품 단가가 높다. 예를 들어 냉장고 한대 가격이 300만원이고, 티셔츠 한장 가격이 1만원이라면, 300장을 팔아야하는 셈이다.
판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데 더해, 단기간에 거래액을 늘리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거래액은 향후 기업공개(IPO), 투자 유치 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다.
다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연 확장이 전문몰의 정체성을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몰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각 플랫폼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상품에 집중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쿠팡, 신세계, 네이버 등 종합몰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티컬 플래폼이 이것저것 관련 없는 상품까지 판매한다면 플랫폼이 지닌 매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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