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착한기업' 오뚜기가 밀가루 가격과 인건비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13년만에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오뚜기발 라면 가격 인상은 농심과 삼양 등에도 영향을 줘 전반적인 라면 가격 인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는 8월 1일부터 진라면 스낵면 등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진라면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스낵면은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육개장(용기면)은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가격을 올린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2월 진라면 가격을 9%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라면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부담은 늘게 됐지만, 오뚜기가 10여 년 만에 가격을 인상한 데다,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 등이 크게 높아진 점 등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라면 원재료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팜유와 소맥분 가격도 지난달 기준 1년 전보다 각각 71%, 27% 인상됐다.
라면업계는 그 동안 정부의 물가 안정화 방침에 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며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뚜기가 먼저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경쟁업체들도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라면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내부적으로 라면 가격 인상을 수 없이 저울질 해 왔었다"며 "물가 인상 등의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최대한 가격을 억제했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올해 1분기는 물론 2분기까지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0% 감소해 더 이상 가격 인상을 주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양식품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2% 하락했고, 2분기도 해외시장이 선전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2016년 이후, 삼양식품은 2017년 이후 라면 가격을 동결 중이다.
이 때문에 이번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 과도한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과자나 음료 가격이 오를 때도 수년 간 라면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며 "기본 물가 상승률만 계산하더라도 지금 오른 라면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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