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국내 조선·철강업계가 올해 하반기 후판(주로 선박용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6월 말 전후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올해는 조선·철강업계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철강업계가 올 하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여전히 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선·철강업계가 하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배경은 철강사들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 하반기 후판 공급가를 톤당 115만 원으로 제시하면서다.
철강사들이 조선 3사와 합의했던 상반기 후판 공급가는 톤당 70만원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는데, 종전과 비교하면 35~45만원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철강사들이 높은 후판 공급가를 책정한 것은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원가 부담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축됐던 글로벌 경제가 서서히 회복를 보이면서 철강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실제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평균 톤당 108.84달러에서 5월 14일 226.46달러로 109.6% 폭등했다. 현재 철광석 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219.7달러로 여전히 2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을 넘어 초과 달성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등 모처럼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데, 후판 가격 상승이 이러한 상승세를 상쇄할 것을 우려해 높은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통상 국내 조선업계는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인 헤비테일 계약을 맺어 수주한 선박들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1~2년가량 소요된다. 따라서 올해 실적은 극심한 수주 불황기를 겪었던 2019년과 2020년 때의 수주실적이 반영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이에 따른 상승분이 올해 실적에 즉각 반영돼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실적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례로 조선업계 맏형 격인 한국조선해양은 올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당초 700억원대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후판 가격 상승이 실적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를 끌어내리면서 적자 전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의 경우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후판 가격 상승 대비 선가가 오르고 있지 않아 (후판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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