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3년 내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자리에 오르겠습니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중국의 샤오미가 화웨이의 빈자리를 꿰찬 데 이어 삼성전자를 넘어서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착수했다. 샤오미는 최근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선 상태로, 이르면 2023년께 삼성전자가 차지한 '왕좌'에 앉겠다는 계획을 드러내 삼성전자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루 웨이빙 샤오미 부사장은 지난 5월 말 '샤오미 5개년 계획' 발표 자리에서 "2분기에 애플을 넘어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웨이빙 부사장이 공언한 대로 샤오미는 올해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에 올랐다.
당시 웨이빙 부사장은 삼성전자도 저격했다. 그는 "이르면 2023년에는 삼성전자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5개년 계획에도 3~5년 이내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담았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샤오미는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야심작을 공개하는 '갤럭시 언팩' 하루 전날 신제품 공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웨이보에 오는 10일 저녁 7시 30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연례 행사를 개최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이 자리에서 샤오미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미믹스4'가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믹스4는 지난 2018년 10월 공개한 미믹스3 이후 출시되는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를 디스플레이 아래에 숨기는 기술인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 기술이 적용될 예정으로, 삼성전자도 이번에 UDC를 적용한 첫 제품인 '갤럭시Z 폴드3'를 공개한다.
레이쥔 CEO는 "세계 휴대폰 판매 2위, 유럽 1위, 3년 연속 세계 500대에 선정에 이어 샤오미 10주년이 다가온다"며 "(이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경험한 가장 힘든 10가지 선택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의 이 같은 움직임에 폰아레나 등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1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온라인을 통해 '갤럭시 언팩'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지난달 21일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사에 배포한 초대장을 통해 예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보름 전에 '갤럭시 언팩'을 예고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전날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김빼기' 작전 같다"면서도 "최근 샤오미의 기세를 보면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와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동안 샤오미는 전 세계 스마트폰에서 시장 점유율 17%로 애플(14%)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위인 삼성전자와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최근 리서치에서도 샤오미는 지난 2분기 5천28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16.8%의 점유율로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85.3%의 성장율을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5천710만대를 출하해 18.2%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전년 대비 5.4% 성장하는 데 그쳐 글로벌 5대 제조사 가운데 가장 낮은 성장율을 보였다.
샤오미는 지난 2011년 8월 16일 1세대 휴대폰을 처음 출시한 후 2013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꿰차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글로벌 점유율이 11%까지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출하량은 1천870만 대에서 1억4천580만 대로 증가했고, 매출은 316억 위안(약 5조6천300억원)에서 2천459억 위안(약 43조8천400억원)으로 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점유율은 30%에서 19%로 줄었다. 또 2분기에는 '텃밭'이던 유럽 시장뿐 아니라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전 세계 시장 곳곳에서 중국 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해왔지만 사상 처음으로 중국 샤오미에 밀려 2위에 주저앉았다. 삼성전자는 유럽 상위 5개 브랜드 중에서도 유일하게 출하량이 감소했다.
닐 모스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전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A 시리즈 신형 모델로 선전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제조사들과 경쟁이 치열해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화웨이의 진격은 '탄탄한 내수 시장'에 기반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화웨이가 몰락한 대신 샤오미와 비보, 오포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화웨이의 중국 내 점유율은 10%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샤오미 점유율은 17%로 같은 기간 8%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시장 1위인 비보(7%p)나 2위 오포(6%p)보다 상승 폭이 컸다.
반면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0%대로,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에 따른 중국 내 반한 감정 확산,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여파로 현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의 제품 라인업은 가격대별로 삼성전자와 대부분 겹친다"며 "샤오미의 타깃이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샤오미가 올 초 스냅드래곤 888 칩셋을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미11' 시리즈를 출시한 후 시장의 호응에 힘입어 약점으로 평가됐던 프리미엄폰 시장에도 최근 안착한 분위기"라며 "중남미, 서유럽 등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던 해외 시장에도 빠르게 영역을 넓히며 높은 성장세를 앞세워 점유율을 뺏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동안 샤오미는 중남미에서 전년 동기 대비 300%, 서유럽에서 50% 판매량이 증가했다. 또 러시아·스페인·폴란드·말레이시아·미얀마 등 12개국에서 시장 1위를 차지했고, 인도에선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샤오미의 해외 매장인 '샤오미 스토어'는 지난 2016년 싱가포르에 처음 문을 연 후 지난 6월 1천 개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1위를 다투던 곳에서 샤오미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카메라 등 일부 기술은 오히려 삼성전자와 애플이 따라가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기술 경쟁력도 높아져 경쟁사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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