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무려 9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건물해체공사 붕괴사고의 원인이 건설업계의 병폐인 '불법 하도급'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재하도급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알려져 책임소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건물은 해체 작업을 위해 건물 뒤쪽에 쌓아둔 흙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같이 붕괴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의 상부를 먼저 제거하고 하부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도, 현장에서는 계획과 달리 무리하게 해체방식을 적용했다. 해체계획서는 부실하게 작성됐으며, 이를 관리감독할 지자체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또 공사현장의 안정관리와 감리업무도 미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불법 재하도급이다.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당초의 16%까지 삭감됐다. 원도급사가 28만원에 수주한 3.3㎡당 공사비는 하수급인으로 넘어가면서 10만원으로 줄었고, 이를 재하수급 업체로 다시 한번 하도급을 주면서 4만원까지 줄었다.
원도급자는 HDC현산, 하도급사는 한솔기업이었는데 한솔기업은 다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줬다. 원도급사인 HDC현산이 이같은 재하도급 상황과 무리한 해체 방식 등의 현황에 대해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욱 사조위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이런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다"며 "그러한 전체 과정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관련 정보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는 지난 6월10일 기자회견에서 재하청 의혹과 관련, "한솔기업과 계약 외에는 저희는 재하도를 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권 대표의 이같은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조사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이같은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재발 방지 방안으로 ▲해체계획서의 적정 수준을 높이고 ▲설계자·시공자·감리자·허가권자 등 공사 관계자의 책임을 강화하며 ▲불법 하도급의 처벌수준을 강화화하는 등 불법 재하도급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사고조사위에서 규명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했으며 곧 발표할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제도를 제·개정하고 현장에 적극 반영하여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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